[밤 운동] 술자리 대신 한밤 구슬땀…스트레스 '훌훌'

# 퇴근 후 코트서 꽃피는 부부사랑

◆테니스

이달 21일 오후 7시 대구 두류테니스장. 땅거미는 이미 내려앉았다.

"탁~ 탁~." 코트 위를 넘나드는 공이 환한 불빛을 가른다. 선선한 공기와 푸른 숲을 병풍 삼아 땀 흘리며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야간에 구슬땀을 훔치며 코트 구석구석을 누비는 사람들의 몸짓이 분주하다.

이곳에서 '2004' 테니스 동호회를 만났다. 회원들은 코트 위에서 예리한 서브와 강한 스매싱, 절묘한 백 발리 리시브를 구사하며 한껏 테니스의 묘미를 만끽하고 있었다. 특히 복식 경기에선 실수를 했을 때 동료에게 "아차"하며 스스럼없이 미안함을 표시하는 협동심도 엿볼 수 있다.

이 동호회 회원 19명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는다.

연령층도 30~60대로 다양하며 하는 일도 각양각색이지만 출석률 100%를 자랑한다. 테니스로 한마음, 한뜻이 되고 있다. 동호회 서대현(61) 회장은 "맑은 공기와 더불어 건강도 챙기고 회원 사이의 친목도 도모한다"고 말했다. 테니스는 마라톤과 100m 달리기를 합해놓은 것과 같다. 강인한 체력과 순발력을 동시에 요구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곳에서 오후 10시까지 구슬땀을 흘리며 운동에 흠뻑 빠져있다.

황원호(39·회사원) 회원은 "팍팍한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 밤 시간에 느긋하게 운동을 하며 술자리도 피할 수 있다"며 야간운동의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특히 부부가 함께 운동을 하며 가정의 화합을 다지는 회원도 눈길을 끈다.

곽태준(46)·김선미(45), 강호재(45)·김명희(43) 부부 회원은 "밤에 같은 시간에 테니스를 즐기며 공감대를 만들고 있다"며 부부애를 과시했다. 또한 테니스는 여성에게 좋다. 미혼인 조윤희 회원은 "헬스 등 다양한 운동을 해봤지만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같이하는 효과가 있는 테니스가 최고다"며 자랑을 늘어놨다. 한편 매일 이곳을 찾는 50여 개의 동호회 중 절반 이상이 밤 시간대에 운동을 즐기며 회원 수도 370여 명에 이른다.

#초록 구장 달리며 골 넣을 때 '짜릿'

◆풋살

"수요일 밤마다 풋살하러 모여요."

매주 수요일 오후 8~9시까지 공을 차는 '달서 한의 FC' 풋살동호회를 만났다. 달서구에서 한의원을 하고 있는 30, 40대 젊은 한의사들의 동호회다. 회원 수는 20여 명에 달한다.

"바로 패스해, 좋았어!" "빨리 빨리 옆으로!" "앗! 나의 실수"….

도심 속 환하게 불이 켜진 초록의 야외 구장에서 이들은 오늘도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8년 전 이들은 오로지 공차는 것이 좋아 동호회를 만들었다. 이들이 만나면 시작도 공, 끝도 공이다. 술은 안 마셔도 공은 차야 한다는 이들의 '공 사랑' 속으로 들어가 봤다.

풋살은 가로 20m, 세로 40m의 작은 구장에서 5대5 혹은 6대6으로 즐기는 '미니 축구'다. 풋살은 인지도에 비해 즐기는 마니아층이 두텁다. 미니 축구이지만 섬세한 발기술과 패스, 쉴 새 없이 뛸 수 있는 체력을 요한다. 또 좁은 공간에서 빠른 패스와 드리블 등 조직적인 움직임을 구사하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발로 하는 농구'란 말처럼 농구와 체력소모량이 비슷해 성인들에게 유익한 스포츠다.

"좁은 진료실에서 벗어나 마음껏 공을 차며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요."-장현석(45·장한의원) 회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공차는 수요일이 기다려져요."-하상용(43·수민제세한의원) 회원. "몸과 몸이 부딪치며 경기를 하다 보면 친숙감이 더해져요."-최현택(41·최한의원) 회원. 이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공을 차면서 건강도 다지고 화합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이기는 것이 최고다. 회원들은 "시원하게 골을 넣었을 때 가장 짜릿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열정도 대단하다. 김재영(40·소리청한의원) 회원은 동호회 창단멤버이지만 지금은 구미에서 한의원을 하면서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대구로 달려와 회원들과 공을 차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