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금강산. 언제쯤 그곳에 가게 될까.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당장은 어려울 듯싶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이자 산꾼들의 로망인 금강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막혔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분단 때문에 주목받는 곳이 있으니 바로 강원도 양구다. 천혜 명승지인 두타연 물줄기가 북으로 뻗어 금강산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상일이란 아이러니하다. 민족의 비극을 담보로 특정 관광지가 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다니.
우선 강원도 양구는 국토의 정중앙 배꼽부분에 위치해 있다. 지척인 북쪽 방향으로 남한의 휴전철책선이 지나가고 제4땅굴, 을지전망대, 한반도 섬, 평화의 댐, 두타연 계곡, 펀치볼, 박수근미술관, 파로호 등 명소가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최고 압권 중 하나는 두타연 계곡이 아닐까.
◆두타연 물줄기 따라 오르면 금강산과 연결=두타연 계곡은 휴전선에서 발원한 수입천 지류인 북방인 동면 비아리와 사태리의 하류에 위치하고 있다. 유량(流量)은 많지 않지만 주위의 산세가 수려하고 멋진 경관을 이루고 있다. 오염되지 않는 지류라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두타연 계곡 옆을 지나는 도로를 따라 계속 북으로 가면 금강산으로 이어진다. 이름하여 '금강산 가는 길'.
지방자치 이후 지역의 특성을 감안한 관광지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두타소를 중심으로 생태탐방코스가 개발되어 일반인들에게도 관광이 허용되었다. 그러나 아직 이곳은 군사시설구역이라 미리 양구군에 신청을 하고 군부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금(禁)하면 호기심은 더 발동하는 법. 출입이 제한되면서 그 희소가치 때문에 인파가 더 몰려들고 있다.
대구에서 오전 5시에 출발한 관광버스가 양구명품관에 도착한 시간은 9시 30분.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명품관을 둘러본다. 산골 지역이라 명품관이라고는 하나 규모는 초라하다. 문화관광해설사를 동행하고 두타연으로 출발한다.
남북의 이념이 예각(銳角)으로 맞선 곳, 그러나 들녘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10시 20분쯤 군부대에 도착해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들어간다. 바로 비포장 길이 연결된다. 곳곳에 '지뢰지대' 팻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두타연 계곡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 30분.
주차장 주변에 있는 안내도를 살펴보고 계곡 쪽으로 접어든다. 생태탐방로를 따라 좌측으로 방향을 잡으니 우레와 같은 폭포음이 들리며 정자 하나가 나타난다. 그 앞에는 나무로 만든 전망대인 '관찰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높이 20m가 넘는 절벽 위에 아찔한 입지(立地). 덕분에 스릴은 그만이다.
◆폭포수에 투영된 한반도 지도, 분단 비극 상징=북녘땅,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물이라서 그럴까, 푸르디푸른 물길이 더없이 맑다. 두타소로 떨어지는 폭포수의 상류부는 한반도를 상징하는 지도를 그리며 흘러내려 민족의 아픔을 대신해 준다. 10여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분단의 상념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두타소 폭포 아래 좌우 주변에는 30여m에 달하는 바위 절벽이 둘러싸고 있다.
생태탐방로를 따라 북쪽으로 오른다. 150여m를 오르자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며칠 전부터 시작한 비가 어제까지 내린 탓에 징검다리가 깊이 물속에 잠겨 있다. 몇 컷의 사진을 촬영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온다.
두타소 밑으로 내려서자 조금 전에 올랐던 전망대와 폭포가 보인다. 정자가 세워져 있던 좌측 절벽이 아득하고 물줄기가 있는 우측 절벽 밑으로 전망대에서 미처 보이지 않던 보덕굴이 보인다. 9㎡(약 3평) 정도의 넓이, 우레와 같은 물소리를 집어삼킬 듯이 입을 벌리고 있다.
두타연은 1천 년 전 이곳에 있었던 두타사란 절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군사시설 지역에 있어 휴전 이후 50년간 출입이 통제되어 원시림을 연상케 하는 숲과 생태계가 그대로 보전되어 있는 곳이다.
오늘 따라 물안개가 피어올라 더욱더 신비로움을 더한다. 계곡 아래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풍치가 제법이다. 다리를 건너 제1전망대 반대편 쪽에서 조망을 즐기고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두타연 계곡을 돌아보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 공간적 거리 개념으로는 맞을 수 있다. 그러나 트레킹의 목적은 단순히 '걷기'만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돌아보고 느끼고 오는 게 맞지 않을까. 계곡을 건너고 여울에 빠져도 본다면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폭포와 출렁다리, 전투위령비와 전시된 전차 등을 둘러보면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박수근미술관'평화의 댐 등 테마 여행 코스도=계곡에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는 있으나 물놀이와 취사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트레킹을 하고자 할 경우는 금강산 가는 임도를 따라 걸을 수도 있다. 아직은 홍보가 덜 돼서 인지 걷는 사람은 드물다.
단체탐방을 할 경우는 양구군에 미리 신청을 하고, 탐방 당일 양구시내에 있는 탐방안내소로 가면 양구군의 문화해설위원이 버스에 동승해 두타연계곡 주차장까지 안내를 해준다.
먼 시간을 달려와서 두타연만 보고 오기에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테마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박수근미술관, 한반도 섬, 향토사료관, 선사박물관을 둘러본 후 두타연 탐방 후 을지전망대, 제4땅굴, 펀치볼, 평화의 댐을 관광하는 게 좋다. 등산이 주목적이라면 새벽 일찍 출발해 두타연을 둘러본 후 대암산 솔봉을 거쳐 광치계곡으로 하산하거나 '소지섭 길' 트레킹을 추천한다. 등산소요시간은 3, 4시간 정도.
양구에 가면 10년이 젊어진다고 한다. 어디 한 군데 오염될 곳이 없는 청정지역이라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양구한우, 오골계구이, 산채백반, 메밀막국수, 쏘가리회, 붕어찜이 유명하다. 이제 곧 두타연 주변에도 가을 단풍이 들 것이다. 설악산이나 금강산만큼 빼어나다고 하니 이 가을 여유가 있다면 '한반도의 배꼽' 양구에 다녀올 것을 권한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하루에 두 번(오전 10시, 오후 2시) 탐방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대인 2천원, 소인 1천원이다. 대구에서 당일에 다녀오려면 적어도 5시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출발해야 한다. 두타연에 대한 자세한 교통편과 탐방문의는 양구군청 033)480-2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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