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박영희 지음/살림 펴냄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열두 이웃의 이야기다. 가진 것이 많기 때문에 나누는 게 아니라, 베풂으로 더 많은 것을 거두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웃의 아픔을 자기 일처럼 거두는 이 사람들의 인생에도 남모르는 고통과 한이 끈덕지게 달라붙어 있다. 그러나 이들은 가난과 아픔을 나눔으로 승화하고 있다.
청각장애를 앓는 경남 진해의 김영권 씨는 고물을 주워다 판 돈으로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충남 부여의 유영빈 씨는 교사시절 월급의 10%를 가정환경이 어려운 제자들에게 떼어주었다. 37년 몸담았던 교단을 떠난 지금도 연금의 10%를 기부한다. 전남 진도의 이공심 씨는 3년 동안 도라지 농사를 지어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았고, 전북 군산의 노윤회 씨는 한쪽 다리가 절단된 몸으로 담배를 팔면서도 사랑의 저금통을 채워 꼬박꼬박 기부한다.
이들 열두 사람들은 사는 곳도, 살아온 삶도 다르다. 그러나 자신의 불행과 가난을 아름다운 나눔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자식을 낳아 공부 한번 제대로 시키고 싶었던 어머니의 마음은 가난하게 공부하는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승화됐고, 한쪽 다리가 없어 불편하게 산 사람은 시신기증을 약속해 다른 사람의 불편과 불행을 덜어 주고자 한다.
이들은 "이만큼 살아보니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하고 부끄러운 게 많아. 그래서 건강만 허락한다면 힘닿는 데까지 돕고 싶어.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라고 말한다.
사람을 춥게 하는 것이 비바람이나 눈보라만은 아니다.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것 역시 활활 타오르는 난로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이 희망이고, 사람이 목적이다. 열두 사람이 이웃을 돕는 것은 그 때문이다. 260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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