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당 300만~2천200만원', 변호사 수임료에 관한 불편한 현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자! 한번 보실까요?"
개그콘서트 '불편한 진실'에 나오는 개그맨 황현희 버전으로 시작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리고 항상 약자들은 법으로 보호받을 권리조차 돈의 장벽에 가로막혀 주저앉거나, 혼자 억울해하거나 불평'불만만 늘어놓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최근 핫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 '도가니'에선 도저히 가늠하기도 어려운 초고액의 변호사 수임료를 받은 것 같은 변호사의 맹활약(?)과 법조계의 유착 등으로 성추행범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단 한 번이라도 변호사를 선임해 본 이들이라며 비용부담 때문에 집안 기둥뿌리가 뽑힐 정도의 경제적 고통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싸게 해 드릴게요. 300만원! 300만원이 누구 집 개 이름입니까? 변호사들에게는 껌값이 300만원입니까? 왜, 변호사들에게는 '큰 거 1장'이 1억원이고, '작은 거 1장'이 1천만원일까요? 왜,'0'이 이들에겐 하나 더 붙는 걸까요?'
이 수임료에 관한 불편한 진실은 한마디로 요지경이다. 정답도 없다. 최근 K2 공군기지 소음피해로 100억 200억원대의 지연이자를 소송위임 변호사가 챙긴 것도 변호사의 수임료에 관한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도대체 착수금과 성공보수 등 변호사가 이득을 챙길 권리는 어디까지일까? 한번 보시죠!'
◆형사소송, 헉! 3천500만원
영어 이니셜 L.K.R은 올해 형사사건에 휘말려 부득이하게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다. 하지만 그 비용부담은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었다. 착수금은 500만원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단계별로 '성공보수' 개념으로 속칭 작은 거 1장(1천만원)이 계속 들어갔다. 첫 번째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변호사를 통해 구속 적부심(영장실질심사)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잘못되면 두 번째는 보석단계에서 들어간다. 보석 역시 작은 거 1장이다. L씨의 경우는 아니었지만 가끔은 또 의사진단서 등을 통해 빠져나오게 하는 구속집행 정지를 위해 역시나 작은 거 1, 2장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또 1, 2장이 더 필요하다. 바로 판결이다. L씨는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대가로 또 작은 거 1장을 줘야했다.
민사소송의 경우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 대체로 착수금은 300만원 정도이며 성공보수로는 소송가액의 7∼10%가량이 변호사 몫으로 돌아간다. 때로는 승소 확률이 아주 낮은 경우 변호사 성공보수의 비율은 50% 가까이 올라가기도 한다. 소송 의뢰인이 먼저 '이기기만 하면 절반을 떼어주겠다'고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있어, 이 세계의 성공보수는 오리무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단소송의 경우에는 변호사 수임료 자체가 껑충 뛰어오른다. 100명 이상일 경우 일단 착수금 자체가 1천500만∼2천200만원이나 되며, 성공보수 역시 가액에 따라 천정부지로 뛴다. 특히 이번 대구의 K2 공군기지 소음피해 사건의 경우에는 지연이자 역시 변호사의 정당한 성공보수로 봐야할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관예우가 아닌 전관학대(?)
요즘 법조계에서는 손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전관학대'라는 말이다. 전관예우라는 관행이 지켜지지 않거나 오히려 반대급부로 더 나쁜 결과의 판결이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말이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통상 전관예우 변호사의 유효기간이 1년 정도라고 하는데 실제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의뢰인이 구속되거나 더 큰 실형을 받는 경우가 적잖다. 요즘 상당수 젊은 판사들은 이런 전관예우 관행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대구지법원장 출신의 황영목 변호사 사무소의 서홍달 국장은 "사실 전관예우라고 유리한 판결이 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유능한 변호로 유리하게 판결을 받으면 오히려 그 때 전관예우로 몰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법무법인 제니스의 류은아 변호사도 "요즘 젊은 판사들 사이에는 전관예우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며 "정치 쪽 관련 법적 다툼에 있어서는 전관예우가 그나마 조금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 부장급 이상이나 검사장'법원장까지 했을 경우 아무래도 법적 논쟁에서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여러 가지 법조계의 생리도 잘 알기 때문에 판결에서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국감자료에 따르면 15년 이상 판사로 일하다 부장판사로 퇴직한 한 변호사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4년간 1천171건의 사건을 수임했고, 국세청에 신고한 수입액은 18억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신고대로라면 건당 수임료가 겨우 154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사 수임료도 지역차 커
'서울 500만원, 부산 300만∼400만원, 대구 300만원'.
대구경북의 변호사 수임료는 대체로 낮은 편이다. 평균적으로 보면 2천만원(소송액) 이상의 민사사건 기준으로 300만원이 착수금이다. 때로는 200만원까지 낮춰주기도 하고, 250만원까지도 흥정이 가능한 부분도 있다.
서울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경우 대체로 고액 소송의 경우 착수금이 550만원(부가세 포함), 소액인 경우 33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이름 있는 변호사의 경우 300만원 아래로는 아예 변호를 맡지 않는 곳도 있다. 부산 역시 대구보다는 변호사 수임료가 100만원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고 한다.
대구에서 2년간 활동하고 있는 한 젊은 변호사는 "솔직하게 말하면 많이 힘들다. 적정 수임료는 300만원으로 정해놓았는데, 어떤 때는 어렵다는 의뢰인에게 100만원 대의 적은 금액을 받고, 소송을 맡기도 했으며, 매월 1천만원의 수입도 보장받기 힘든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대구의 법조시장은 사실 큰 사건도 많지 않을 뿐더러 변호사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큰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한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법무사에게 소액사건 대리권을 맡기는 것을 골자로 한 소액사건 심판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자,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반발하고 있다.
전국에 변호사는 1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직원 봉급을 주고, 사무실을 유지하기 어려운 변호사도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변호사 수임료는 서민들에게 너무 높은 장벽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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