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직 뮤직' 빛내주는 '해피 휴먼'…라디오 진행자 공태영씨

10여 년째 TBC 라디오(주파수 99.3㎒)
10여 년째 TBC 라디오(주파수 99.3㎒) '공태영의 매직? 뮤직!' 진행을 맡고 있는 공태영 씨. 이름 없는(?) DJ로 출발해 지금은 상당히 두터운 층의 팬을 갖고 있는 지역의 인기 진행자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Video Killed the Radio Star.'(영국 그룹 버글스의 노래, 영상시대로 접어들면서 라디오의 인기가 사라진다는 내용). 오색찬란한 색깔을 뿜어내는 영상매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하지만 이런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라디오는 건재하다. 일종의 '여백의 미'랄까. 오히려 무색무취한 라디오의 편안함에 열광하는 이들도 적잖다. 양쪽 귀에 집중된 예민한 감각을 통해 소리만으로 소통을 하다 보면 나머지는 듣는 이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채워넣을 수 있다는 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소리로 거짓을 치장하기란 쉽지 않다 보니 한결 진실하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오늘도 밤이 내려앉고 세상 모든 사물'소리'빛들이 한낮의 예리한 모습에서 벗어나 조금씩 흐릿해질 무렵, 편안한 목소리로 청취자들의 밤을 함께하는 이가 있다.

TBC 라디오(주파수 99.3㎒) '공태영의 매직? 뮤직!' 진행자 공태영 씨. 그가 라디오와 함께한 세월만 10여 년이다. 이름 없는(?) DJ로 출발해 지역에서는 상당히 두터운 층의 팬을 갖고 있는 진행자로 자리 잡은 그를 만나봤다.

-오랫동안 라디오 진행자로 일해왔고 지역에서는 꽤나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지만 의외로 공태영 씨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다. 일단 자신에 대해 소개를 좀 해 달라.

▶1999년 '매직? 뮤직!' 공개 오디션에서 DJ로 발탁된 뒤 지금까지 진행을 맡고 있다. 시간대가 밤(오후 8~10시)인 만큼 나이 드신 분들보다는 학생들이나 젊은 청취자가 많은 편이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에서 대학원 공부를 하느라 잠시 방송을 쉬기도 했지만 벌써 10년의 세월을 한 프로그램과 함께했다. 지금은 낮에는 대경대 방송제작과와 방송MC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리고 주말에는 대구FC 장내 아나운서로도 활동한다.

사실 지금까지는 간혹 신문이나 방송 등을 통해 인터뷰 요청이 있기도 했지만 거절했다. 라디오 진행자와 청취자는 소리만으로 맺어지는 관계이다 보니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매체다. 이 때문에 약간의 '신비감'을 유지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이번 인터뷰는 얼떨결에 응하긴 했지만 가급적 나이나 개인 신상에 대한 이야기는 좀 감춰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란 사람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은 청취자를 위해 좋지 않은 것 같다.(웃음)

-어릴 때부터 라디오 진행자를 꿈꿨나?

▶아니다. 어릴 때는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연기를 하든 노래를 하든 TV에 얼굴이 나오는 사람이 되고싶었던 것 같다. 중학교 땐가, 탤런트 최수종 씨가 대구에 온 적이 있는데 그의 출현 때문에 네거리가 다 막히고 사람이 구름같이 모여들더라. 그날 이후로 막연하게 '나도 최수종 씨처럼 남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연예인이 되고픈 꿈을 갖게 된 계기였다.

이후 대입 시험을 치른 뒤 고3 마지막 겨울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음악을 틀어주는 한 카페였다.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간 것이었는데 목소리를 들어본 사장님이 대뜸 "DJ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사연을 읽어주고 음악을 틀어주는 일을 맡게 됐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음악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했다. 적절한 음악을 골라내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나이가 어리고 음악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LP판을 불빛에 비춰보고 하얗게 판이 닳아있는 부분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들었다. LP는 판을 바늘로 긁어 소리를 내다 보니 자주 트는 곡은 닳은 자국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21살 무렵 방송국 리포터 생활을 시작했다. 연극영화과를 다니던 중 TBC에서 리포터를 모집한다는 TV자막을 보고 시작하게 됐다. 당시 리포터로 뽑힌 동기 11명 중 유일한 남자였다.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배우나 가수의 꿈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여러 곳에 오디션을 보러 뛰어다니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출중한 재능도, 배경도 모든 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대구 사람은 사투리가 강한 편이다. 특히 여자들보다는 남자가 훨씬 사투리를 고치는 일이 쉽지 않다. 어떻게 연습했나?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방송을 배운 적은 없다. 말투는 어느 때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자연스럽게 표준말을 구사하게 됐다. 아마 평소 방송에 나오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워낙 많이 따라했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소위 '재수없다' '간지럽다'며 구박도 많이 했다. 대구 사람들은 이상하게 서울말 쓰는 사람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 같은 게 있지 않나?(웃음) 그래도 친구들에게 연예인이 되는 게 꿈이라고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이해해주고 격려해줬다.

학생 때는 늘 미니카세트를 들고 다니면서 끊임없이 사회(?)를 봤다. 예를 들면 하굣길에 친구들이 집에가는 모습을 보면서 "네, 저는 지금 하루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인데요. 제 옆으로는 붉은색 ○○가방을 멘 친구가 지나가고 있고, △△와 □□는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그럼 혼자 어디론가 가고 있는 ☆☆와 대화를 나눠볼까요?" 이런 식으로 눈앞에 보이는 상황들을 생중계하는 방식이었다.

-지역 방송국에서 아나운서 출신이 아닌 라디오 진행자, 그것도 나이 지긋한 중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청소년을 위한 남자 음악프로그램 진행자는 흔치 않다. 자신의 어떤 매력이 라디오 DJ로 자리매김하게 했다고 생각하나?

▶아무런 색깔이 없다는 것이 매력 아닐까? 내가 어떤 색깔을 가지게 되면 사람들이 금세 질려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가급적 평범한 내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자고 생각했고, 그런 모습이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함으로 다가간 것 같다. 더구나 처음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았던 것이 20대 초반이었으니(나이가 드러날 것 같아 두리뭉실하게 표기했다) 주청취자인 청소년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컸던 요인도 있겠다. 지금은 세월이 흐르면서 팬층이 한층 다양해졌다. 여전히 청소년들이 강세지만 10여 년의 세월을 함께하면서 팬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중임을 실감한다. 요즘은 30, 40대 청취자도 꽤 많다.

-팬카페(http://tbcmm.cyworld.com/)를 살짝 들여다봤더니 얼마전 노래도 녹음했더라. 그것은 뭔가?

▶매직? 뮤직!의 한 코너로 '공태영 가수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청취자 서비스 차원이기도 했고, 정체성을 한번 고민해보자는 취지이기도 했다. 청취자들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 목적이다 보니 장르를 지정하는 일부터 가사를 만들고, 가수로 활동할 예명까지 방송 중에 문자나 인터넷 글을 통해 직접 참여했다. 청취자들이 가사를 한마디씩 이어나가면서 노랫말을 만들었는데 꽤 재밌는 작업이었다. 노래 제목은 '러블리 투나잇'(Lovely Tonight). 매직뮤직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는 대경대 실용음악과 교수이면서 힙합 음악을 하는 MC.J와 슈퍼스타 K2에서 스타로 발돋움한 '힙통령' 장문복 씨가 랩을 맡아줬고, 제가 직접 노래를 했다. 현재 방송 중간에 CM으로 사용중이다.

가수로 활동할 예명도 청취자들이 직접 지어줬는데 '지 라디오'(G-Radio)다. 근데 아무래도 이 이름이 낯설고 쑥스러워 좀처럼 쉽게 입에서 나오질 않는다.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은 뭔가?

▶아무래도 청취자와 어떻게 '소통'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그 때문에 매일 다양한 코너를 바꿔가며 진행한다. 월요일은 '나는 공매직 리포터다'는 코너를 통해 정말 리포터로 활동할 끼 있는 이를 발굴해내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목요일은 스마트폰 카카오톡이라는 앱을 이용해 청취자들과 진행자가 직접 대화를 나누는 코너를 진행중이다. 카카오톡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지 않더라도 ID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다, 이 ID를 쉽게 바꿀 수 있어 편리하다. 금요일은 '도전 라디오스타' 시즌 5가 진행중이다. 시즌 5라는 말은 벌써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너란 의미다.

-생방송을 지켜봤는데 거의 1인 방송 체제다. 음악 선곡까지 직접 담당하던데 어떤 음악 장르를 좋아하나?

▶선곡은 최신곡이 50%, 예전 노래지만 요즘 청소년들도 충분히 좋아하고 알고 있을 법한 곡이 30%, 알려지지 않았지만 음악성 넘치는 곡 20% 정도로 선곡을 하고 있다. 귀에 익숙한 곡을 들려주는 것도 좋지만, "몰랐는데 이 노래 정말 괜찮네"라고 할 수 있는 곡들을 소개하는 것도 DJ가 할 수 있는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청취자들 중에는 이런 선곡을 상당히 좋아해 준다. 아무래도 라디오를 듣는 이들이라면 어떤 노래든 좋은 곡이라면 충분히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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