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토 다큐] "반갑다 金송이" 향기로운 내음 머금고 불끈 솟아오른 그 생명력

가을 식탁의 전설 산송이 채취 현장

경북 안동시 녹전면 사천리의 한 송이산. 강모흠(59) 씨는 점심을 먹고 난 뒤 햇살이 누그러지자 송이 채취에 나섰다. 나무 작대기 하나가 장비의 전부. 산을 오를 땐 지팡이로, 송이를 만나면 채취 도구로 쓰이는 것이다. 송이산은 그리 높지 않은 29만㎡(약 9만 평) 정도의 평범한 야산. 하지만 강 씨에게는 이 산이 보배나 다름없다. 지난해 이곳에서 송이를 캐 거의 1억 원을 벌었다. 그런데 올해는 최악이다. 지금까지 이렇다 할 송이를 만져보지 못했다. 늦더위에 가을 가뭄이 이어진 탓이다.

송이는 20~60년생 소나무 아래서 자생한다. 여기에 기온, 습도, 바람, 토양 등의 자연조건이 맞아떨어져야 송이포자가 형성되고 얼굴을 내민다. 인공재배는 불가능하다.

비바람을 몰고 오는 태풍도 고마울 때가 있다."태풍이 상륙하면 큰 피해를 내지만 송이는 대풍을 가져옵니다."

산 모퉁이를 돌 때마다 강 씨의 푸념이 이어졌다."바로 이곳에 지난해엔 송이가 줄을 이었습니다" 막대기로 솔가리를 헤집은 자리에는 송이 대신 뽀얀 먼지만 풀풀 날렸다. 가을 가뭄이 참 야속했다.

수천만원을 들여 산속 곳곳에 스프링클러도 설치했다. 그런데 신통치가 않다. 더위와 가뭄 속에는 물을 줘도 기온과 바람 등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불순물이라도 섞이면 이듬해 송이는 자취를 감춘다.

길목 곳곳에'입산금지'경고문이 보였다. 멋모르고 다니면 보물같은 송이를 밟아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송이를 캘 때도 디딜 자리를 두세 번 살핀다.

이맘때면 송이 전문 털이범도 극성을 부린다. 강 씨 송이밭도 털린 적이 있다. 격투 끝에 도둑을 직접 붙잡아 경찰에 넘긴 일도 있다. 전문꾼은 귀신처럼 1등품만 골라 빼간다. 그래서 수확철에는 아예 산속에 텐트를 치고 숙식한다. 낮에는 라디오를 볼륨을 크게 틀고 밤에는 산 능선에 전구를 밝힌다.

땅거미가 질 무렵까지 강 씨는 겨우 송이 몇 뿌리만 캤다. 어쩔 수 없다. 풍년도 흉년도 자연의 섭리라 여기며 마음을 다스린다. 수십 년 전엔 송이가 지천으로 하얗게 났다. 그때는'나물'이었던 게 지금은'보물'이 됐다. 강 씨는 "지구 온난화의 결과"라고 단언한다.

텐트 위로 별빛이 유난히 초롱하다. 깊은 밤 산속에서 강 씨가 또 날씨를 확인한다. 매일 일기 예보에 귀를 달고 사는 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내일 비가 온단다."지금이라도 비만 흠뻑 내린다면 하루에 1천만원어치는 캘 수 있습니다."

어쭙잖게 기자가 되물었다." 인공강우를 하면 도움이 될까요?"

사진·글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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