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창영 신부 "국가는 줄기세포 연구 예산지원에 신중해야"

지난 9월 19일 국가는 줄기세포산업을 IT산업에 이어 신성장동력 중점 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 2012년 줄기세포 관련연구에 1000여 억 원을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줄기세포 연구는 희귀병이나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며, 고부가가치 산업임을 강조하고 각종 임상절차와 허가절차를 간소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가톨릭교회는 인간의 수정란을 온전한 인간으로 보는 가르침에 따라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으며, 그 대안으로 가톨릭교회는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꾸준히 지원해왔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인간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가 그 윤리성이나 과학적 효용성의 한계로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 성체줄기세포의 임상적 적용을 둘러싼 상업주의가 팽배하는 등 그 폐해가 점차로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도 없이 국가가 줄기세포 연구에 거액의 연구비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어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6월 현재 국내에서는 총 18건(8개 기업)의 줄기세포 임상시험이 승인되었는데, 그 중 5건이 완료되었고 13건이 진행 중에 있다. 이 중 단 한 건을 제외한 17건이 성체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이고, 이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숫자이다. 따라서 국가에 의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승인 건수가 빠르게 진행되는 배후에는 이 분야 업자들의 상업적인 이윤추구와 여기에 정부당국이 동조하고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국제적으로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임상적용에 앞서 많은 기초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며, 국내 성체줄기세포 연구의 수준도 국제적인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예를 들면, 국내 모 업자가 성체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성급하게 시술한 후 2명의 환자가 사망한 사건(2010년 1월)에서 밝혀진 사례이다.

국가의 첫 번째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치료제 개방을 위한 임상시험은 본질적으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체 실험이다.

따라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국가가 허가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국민의 일부인 환자들의 신체의 안전을 보호 하는 책무를 소홀히 하는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승인과 그에 따른 부작용인 상업화 경향도 우려가 된다. 아울러 성체줄기세포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바이오벤처와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연구기관들이 그 시행과정과 재정 운영 면에서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도 지적하고자 한다.

연구의 성공보다는 국가의 재정지원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생명의 중요성이 소홀하게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 국가의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과 그에 따른 재정지원을 원점에서 깊이 재고해야 하며, 아울러 관련 법령을 정비하여 생명을 중시하는 선진문화국으로 정착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창영 신부(주교회의 생명윤리위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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