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미래는 심층종교에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천주교 대구대교구청에서 대구종교인평화회의(DCRP)가 개최한 '대구 종교평화 토론회'에 강연자로 참석한 오강남(70'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종교도 표층종교에서 심층종교로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표층종교와 심층종교는 어떤 것일까. "표층종교가 자기중심적인 것이라면 심층종교는 자기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참 나를 찾는 것이죠. 심층종교는 타인 중심적이라 다른 사람이나 다른 나라의 어려움을 아는 것이며 이는 환경이나 인권 등의 문제로 통하죠. 또한 표층종교가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조한다면 심층종교는 깨달음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오 교수는 표층종교와 심층종교를 비교하면서 산타클로스 예를 들었다. "어린 아이들은 착한 일을 하면 산타 할아버지가 벽난로 옆에 걸어놓은 양말에 선물을 많이 주고 간다는 것을 그대로 믿잖아요. 하지만 아이가 좀 자라면 엄마나 아빠가 양말에 선물을 넣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러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엄마나 아빠가 산타였으며 산타 이야기는 식구들과 선물을 나눈다는 뜻이라는 것을 깨닫죠. 그러면 지금까지 받기만 하던 것에서 자신도 엄마나 아빠, 동생에게 선물을 주게 됩니다. 좀 더 크면 가족뿐 아니라 이웃, 더 자라면 사회와 세계 곳곳의 불우한 이들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 산타 이야기의 정신이라는 것을 깨닫죠." 현재 우리나라 종교가 표층단계에 머물다보니 종교 간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심층종교로 발전해 서로를 이해하고 이심전심으로 서로 통한다면 갈등은 자연스레 사라진다는 것이 오 교수의 설명이다.
유럽 등 서구에서는 표층종교가 퇴색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표층종교가 강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급속한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개개인의 삶이 너무 각박했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힘들다보니 종교를 통해 힘듦을 없애려는 기복적인 성격이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표층종교가 개개인이 너무 경제적인 부분에 집중하다보니 경제적으로 남보다 못하면 실패했다고 여기고 종교를 믿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논리로 부추긴 면도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나이가 들어도 산타클로스의 선물만을 기다리니까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최근 서구에서는 기복 신앙보다 자아발견이나 자아실현에 관심을 많이 둔다. 자신의 실체를 발견하고 절대자와 자신이 하나 됨을 알아가며 이로 인해 자기 스스로 떳떳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최근 불교가 서구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방식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명상이다. 불교로 치면 참선이고 기독교 본연으로 들어가면 '퀘이커'라는 것이다. 종교 피정이나 수련도 같은 맥락이다. 오 교수는 자신이 지은 '예수는 없다'라는 저서를 예로 들면서 "결국 예수가 없다는 것은 상식적 예수가 없다는 것이며 깨달음의 본질인 특별한 의미의 예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문맹률이 높아 기복적인 성격의 표층종교가 강했지만 이제는 교육수준이 높아져 심층종교가 각광 받고 있다. 오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 종교도 이런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고 심층종교로 과감히 변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교학자인 오 교수는 서울대 종교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종교학회 한국종교분과 공동의장 등을 역임했다. 베스트셀러 '예수는 없다'를 비롯해 '종교, 이제 깨달음이다', '종교 심층을 보다', '또 다른 예수' 등 많은 책을 펴냈으며 종교화합과 종교다원주의와 관련해 강연을 하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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