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구강암

애연'애주가 K씨 "잇몸 염증이 한달째 안낫는데요…"

김승룡(51·가명) 씨의 왼쪽 아래 잇몸에 생긴 구강암.
김승룡(51·가명) 씨의 왼쪽 아래 잇몸에 생긴 구강암.
턱뼈를 떼낸 구강암 환자에게 다른 부위에서 가져온 뼈와 피부를 이식한 뒤의 X-선 모습.
턱뼈를 떼낸 구강암 환자에게 다른 부위에서 가져온 뼈와 피부를 이식한 뒤의 X-선 모습.
구강암 중 혀에 생긴 암.
구강암 중 혀에 생긴 암.

구강암은 2008년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의 암등록 통계를 살펴보면 인구 10만 명당 5.17명 정도로 나타난다. 전체 암 환자 중 1.42%를 차지하고 있다. 발생 빈도나 암 환자 중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지만 조심해야 한다.

2004~2008년 살펴본 5년 생존율은 57.5%로써 전체 암의 5년 생존율이 59.5% 보다 약간 낮다. 치료 방법이나 환자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기의 경우 5년 생존율이 80%, 2기의 경우 50~80%, 병기가 진전된 3기의 경우 20~50%, 4기의 경우는 20% 이하를 나타낸다.

구강암 역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다른 암과 달리 육안으로 보이는 부위에 생기기 때문에 잇몸, 혀, 입술, 혀 아래 등의 입 안을 제대로 검진한다면 초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생존율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

◆구강암 때문에 아랫 턱뼈 제거

중소기업체에 근무하는 김승룡(51·가명)씨. 평소 술 자리도 잦고 담배도 피웠지만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다. 몇 해 전 충치 때문에 아랫니를 덮어씌웠는데 그 아래에 패인 잇몸에서 조금씩 피가 났다. 이상했지만 약간 따가운 정도여서 단순 염증으로 생각하고 가만히 두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불편감이 사라지지 않아 불안한 마음에 치과의원을 찾았다.

치과에서 일단 잇몸 질환을 확인하고 간단한 치료 후 약을 복용했다. 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일주일 뒤 치과의원에서 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로 김씨를 의뢰했다. 곧바로 조직검사를 받았고 일주일 뒤 잇몸에서 1.8cm 크기의 악성종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CT, 경부 초음파 검사, 뼈 스캔(Bone scan), MRI, PET-CT 등의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같은 쪽 아랫 턱뼈 아래 임파선으로 암이 전이됐다는 진단도 받았다. 최종적으로 김씨는 치아 주위 잇몸에 발생한 편평세포암(구강암)이 생겼고, 4기의 병기 중 3기로 진단됐다. 결국 김씨는 다른 곳으로 악성종양이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암이 포함된 잇몸을 포함한 아랫 턱뼈의 일부 절제술과 임파선을 청소하는 수술(경부청소술), 점막이 사라진 곳을 대체하기 위해 미세현미경 수술로 조직이식을 시행했다.

수술 후 면밀한 조직검사를 통해 김씨는 2곳의 경부 임파선 전이가 밝혀져 수술후 방사선 치료도 받았다. 수술이 끝난 현재 재발없이 잘 지내고 있고, 최근 PET-CT 검사에서도 재발이나 전이가 없었다.

◆흡연·음주하면 발병위험 15배

주된 원인은 잦은 흡연과 음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러 요소들이 관여돼 있어 특정 원인을 지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흡연과 음주, 자극적인 음식, 잘 맞지않는 불량 보철물, 틀니 등은 구강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명확한 원인으로 꼽힌다.

가령 담배를 많이 피우며 술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술, 담배를 전혀 안하는 사람에 비해 구강암에 걸릴 위험이 15배나 높다.

구강 내에 생기는 병소 중에도 구강암으로 변이가 가능한 것이 있다. 구강 홍색병소(홍반증)이나 백색병소(백반증)을 방치할 경우 구강암으로 전이될 수 있고, 구강 유두종(피부나 점막에 생긴 양성종양)을 방치해도 구강암이 될 수 있다.

다른 부위의 암과는 달리 대부분 육안으로 어느 정도 식별이 가능하다. 구강암 검진을 위해 정기적으로 치과를 찾으면 조기 진단이 비교적 쉽다. 주된 증상 중 하나인 쑤시는 듯한 통증 때문에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초기 암의 경우, 통증이 없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의심스런 증상(표 참조)이 있다면 미리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안이한 생각 금물 조기치료가 관건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 크게 3가지가 있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방법이 수술이다. 이를 통해 암과 주위 조직을 충분히 제거하게 된다. 구강암은 목 부위 임파선으로 전이된다. 수술 전 진단에서 목 부위 임파선 전이가 의심되면, 이를 함께 제거하기도 한다.

김씨의 경우처럼 아랫턱 일부를 제거하면 잇몸 대부분이 사라진다. 때문에 이를 재건하기 위해 몸의 다른 부위에서 피부, 골조직을 혈관과 포함해 떼어낸 뒤 사라진 턱뼈 부위의 혈관에 미세수술로 이식하기도 한다.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거대해진 경우,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 후 크기를 줄여서 수술을 시행하기도 하고, 반대로 수술 후에 남아 있는 암세포를 방사선치료로 완전히 없앨 수도 있다. 치료과정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구강악안면외과 의사, 방사선 요법을 담당하는 치료방사선과 의사, 항암치료를 담당하는 혈액종양내과 의사 등의 협력과 주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별것 아니겠지라며 안이한 생각을 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면 생명까지 위험해진다"며 "작은 구강질환이라도 세심히 주기적으로 관찰,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구강암의 원인이 명확치 않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다만 일상생활 중에 다음과 같은 경우를 지킨다면 구강암에 걸릴 확률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식사 후 꼭 양치질을 하고 1년에 한번씩 치석체거를 한다. ▷날카로운 치아, 맞지 않는 틀니 등이 구강 점막을 자극하지 않도록 한다. ▷10일 이상 지속되는 궤양 등은 조기에 진단받는다. ▷반드시 금연을 하고 과음을 피한다. ▷구강 백반증 및 홍반증 등이 나타나면 즉시 치료받는다. ▷구강암 진단을 받으면 주저말고 치료에 임하고,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구강암을 의심해야 하는 증상들

증상주의해야 하는 이유

입안이 헐었다. 구강 궤양은 염증성 병변이 가장 많아 1~2주 정도면 대부분이 증상 없이 사라진다. 그러나 3주 정도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궤양은 조직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입안에 하얀 또는 붉은 병변이 있다.

혀나 입안이 아프다.암 조직에 염증이 심하면 2차적으로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암세포가 신경조직을 따라 퍼지면 심한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입안에 혹이 있다.입 천장에 있는 혹은 대부분 증상이 없고 생김새만으로 양성과 악성의 구별이 힘든 탓에 조직검사가 필수다.

혀 밑바닥에 있는 혹도 입 안 표면점막은 정상이지만? 혀 밑의 침샘에서 생긴 침샘암일 수도 있다.

이가 갑자기 흔들린다.이가 흔들리는 원인은 치주염에 의한 경우가 가장 많지만 갑작스레 이가 심하게 흔들리면 잇몸에 발생한 암에 의한 증상일 수 있다.

이를 뽑고도 아물지를 않는다.

목에 혹이 만져진다.구강암은 주로 턱 아래의 림프절로 먼저 전이된다. 때문에 목에 혹이 만져질 수 있다. 그러나 암 발견 전에 목의 혹이 먼저 발견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턱 아래 혹이 생겨 크기가 커지거나, 계속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조직 검사를 받아야 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경북대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권대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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