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지연은 장애에 해당될 정도는 아니지만 정상 수준보다 다소 떨어지는 상태다. 보기에 따라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많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울러 '원래 애들은 다 그래. 크면 괜찮은데 부모가 별스럽다'는 주위 시선 탓에 조기 진단이 미뤄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찍 진단해 치료만 된다면 정상 수준까지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
◆컴퓨터게임 탓에 발달지연
부모가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한 살 때부터 컴퓨터게임을 했다는 근수(가명). 네 살이 돼도 말할 수 있는 단어는 "엄마, 아빠"뿐이었다. 걷기는 정상이었지만 손의 조작능력과 탐색수준이 크게 떨어졌다. 무엇보다 5초도 가만히 있지 못할 정도로 산만했다. 요구 사항이 있으면 무조건 때리거나 꼬집는 행동을 보였다. 그러다 안 되면 자기 머리를 때리거나 바닥에 부딪혔다.
평가 결과는 놀라웠다. 앉기, 서기 등의 큰 동작은 거의 정상이었지만 손 기능 수준은 1년 이상 지연된 상태. 언어는 무려 3년가량 지연된 상태였다. 정서 조절면에서 충동성이 심하고 가족관계나 또래 집단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뇌신경 분석 결과, 언어신경에서 발달이 더딜 뿐 아직 큰 손상은 없었다. 구조적으로 신경발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원인 탓일 가능성이 높았다. 우선 컴퓨터게임 시간을 줄였다. 아이가 발화(소리를 내는 것)를 할 때마다 부모가 적절히 응대하게 했고, 또래 장난감으로 함께 놀아주면서 노는 방법도 알려주도록 부모 교육을 실시했다.
놀랍게도 아이는 한 달 만에 훨씬 차분해졌다. 병원에서 10분 이상 얌전히 기다렸고, 떼를 쓰거나 다른 아이를 때리는 행동, 자해를 하는 행동은 현저히 줄었다. 근수는 인지 및 언어기능 재활치료를 받았고 현재 정상으로 좋아졌다.
◆조기에 진단'치료하는 것이 중요
근수처럼 뇌신경 발달에는 큰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 산만하고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 또 클수록 말이 늦다거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병원을 찾는 아이도 많다. 이런 경우, 컴퓨터게임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
어린 아이들도 휴대폰이나 컴퓨터게임에 쉽게 노출돼 있다. 복합적인 사고보다는 반사적인 버튼 조작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내용도 공격적이다. 아동기에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두 손으로 다양한 조작기능을 훈련하는 것이 인지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혼자서 컴퓨터게임을 하면 또래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회성을 기르는 기회도 잃게 된다.
이 밖에 미숙아나 쌍둥이, 저체중아 등은 다른 아기들에 비해 발달지연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부분 생후 3~6개월까지 지켜보고 젖을 잘 빨고 잘 움직이면 전반적인 발달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어릴 때 괜찮다가도 이후 걷기나 서기를 못 하는 경우도 많다. 어릴 때는 그만큼 발달지연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늦을수록 치료 효과는 떨어진다.
그나마 앉거나 걷는 등의 운동발달 문제는 부모가 쉽게 감지하기 때문에 비교적 일찍 병원으로 찾아 오지만 감각, 언어, 인지 등의 영역은 어릴 때 이상 징후를 감지하기가 쉽지 않아 대부분 늦게 발견해 찾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말이 늦다고 찾아온 환자 중에서 인지기능이나 정서적 문제, 부모와 아동의 유대관계의 문제를 함께 지닌 경우가 매우 많다.
한편 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는 '발달지연과 재활치료'를 포함한 재활의학 전반에 걸친 시민 건강강좌를 8일 오후 2~4시 병원 1층 이산대강당에서 연다. 줄기세포와 신경재생 재활치료, 디스크'뇌졸중'족부질환 및 척추측만증'관절염의 재활치료 등을 주제로 재활의학 분야 전문가들이 강의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무료 강좌다. 문의 053)620-3270, 3273.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손수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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