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식시장 '잔인한 10월'?…악재 겹쳐 불안감 확산

미국·유럽 경기 둔화, 국내 기업 실적 저하

10월을 맞아 한국 증시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 신용위기와 미국 경기둔화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내년 실적 전망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전자(IT)를 비롯해 화학, 철강, 조선, 정유 등 거의 모든 업종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미국발 경기 둔화 우려

재정위기 해결 기대감에 반등했던 미국과 유럽 증시는 이번엔 경기 둔화란 악재로 급락하고 있다.

1일 뉴욕 증시와 유럽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 지수는 2.2%가 떨어져 11,000선이 무너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와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도 각각 2.5% 이상 급락했다.

유럽의 주요 증시 역시 하락해 독일은 2.4%가 떨어졌고 영국과 프랑스도 하락폭이 1%가 넘었다. 이로써 올 3분기 대부분의 세계 증시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날 미국, 유럽 증시 급락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글로벌 침체 우려가 다시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 또한 다시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8월 이후 한국 증시의 하루 변동성은 2.69%로, 유럽을 제외한 주요 글로벌 증시 가운데 가장 심한 변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 증시는 3일 개천절 휴장을 맞았지만 유럽 증시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80억유로 규모인 그리스 1차 구제금융(6차분) 지원 여부를 결정할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가 3일 예정돼 있고,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6일)와 G20 재무장관회의(14일), 유럽정상회담(17일), 중국'EU 정상회담(25일)이 잇따라 열려 유럽 증시가 춤을 출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한국 증시

이런 와중에 한국 기업의 3분기 실적과 4분기 전망이 업종에 따라 5~10%까지 낮아져 한국 증시의 10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한국 증시가 패닉에 빠졌던 3년 전보다 더 심각하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증권업계가 주요 유가증권시장 65개 상장사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IFRS)를 분석한 결과 최근 두 달간 104조7천370억원에서 97조4천696억원으로 6.9% 줄었다.

특히 IT 업종 경우 집계대상 10개 상장사의 내년 실적 전망치는 7월 말 25조2천164억원에서 9월 말 22조7천832억원으로 9.6%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18조1천175억원에서 17조868억원으로 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가 6천331억원으로 37.6%, 하이닉스가 1조4천286억원으로 29.9% 각각 추락했다.

화학 업종에서는 LG화학이 3조6천855억원으로 4.0%, OCI가 1조4천972억원으로 10.5% 각각 줄었다.

조선 업종에서는 현대중공업이 4조7천307억원으로 7.8%, 철강 업종에서는 포스코가 6조8천462억원으로 2.4%, 정유 업종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3조4천275억원으로 12.4%의 감소율을 각각 나타냈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일부 건설회사와 CJ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 등 필수소비재 업체의 실적 추정치는 2.0~5.0%씩 상향 조정됐지만, 다른 업종들의 타격이 워낙 커서 전체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또 세계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자동차 업종도 전망이 그리 밝지 못했다. 현대차는 8조9천154억원으로 0.1%, 기아차는 4조2천301억원으로 0.3% 각각 줄었다.

더욱 부정적인 것은 실적 전망에 관한 심리를 나타내는 이익수정비율이 마이너스(-)라는 점이다.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한때 50%에 육박하기도 했던 내년 이익수정비율은 지난달 22일 현재 -8.0%로 추락했다.

이익수정비율은 주당순이익(EPS) 예상치의 상향조정 건수에서 하향조정 건수를 뺀 뒤 전체 조정건수로 나눠 구한 백분율이다. 이 비율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어두워 EPS 하향조정이 상향조정보다 많다는 뜻이다.

증권계는 "경기 수축과 외환시장 불안 탓에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나쁘다.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전체적으로 악화해 과거 금융위기보다 불확실성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미래 가치를 먼저 반영하는 증권시장 속성상 내년 실적 추정치의 하향 조정은 주가 반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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