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미국인들의 시위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미국의 경제·사회적 불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9월 17일 '월가를 점령하라'는 이름으로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는 3주째를 맞으며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워싱턴DC 등 다른 대도시로 퍼져가고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의 홈페이지에는 이들 도시를 포함, 미국 전역의 66개 도시에서 동참 의사를 전해왔다고 한다.

시위가 이처럼 확산되고 있는 것은 최악의 빈부 격차라는 현실에 분노하는 미국인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 방값 걱정, 끼니 걱정을 하지 않게 해달라"는 월가 시위대의 구호는 이를 잘 보여준다. 부자, 금융권, 기업의 탐욕에 대한 이들의 분노는 지금과 같은 약탈적 자본주의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경고다.

미국의 상황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의 현실도 이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은 최근 10년 사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악화됐다. 그 결과 소득 양극화는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크게 벌어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민경제를 떠받치는 중산층의 붕괴다. 1997년 73.6%였던 중산층 비중은 2008년 63.2%로 추락했다.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희망도 없다. 청년실업 문제는 좀체 해결되지 않고 중년은 노후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노인 빈곤율은 심각하다.

이런 사회'경제적 현실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현재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마음을 점령할 때 순박한 사람도 폭도로 돌변할 수 있다. 무사안일에 젖은 정치권과 탐욕에 눈이 어두운 재벌과 대기업은 이를 깨달아야 한다. 미국의 시위는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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