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 취직시험 한번 오가는 데만 10만원 '훌쩍'

교통·숙박비 등 취업물가 지방대생 이중고 '설움'

대학을 갓 졸업한 권석준(28'대구 달서구) 씨는 주말마다 서울을 오가는 게 두렵다. 입사지원서를 낸 회사의 시험과 면접을 볼 때마다 보통 10만원 이상이 들기 때문이다.

권 씨는 "서울에 갈 때마다 부모님에게 돈을 받아가기도 죄송스럽다"며 "지난해부터 취업을 준비했는데 대충 계산해 봐도 차비만 200여만원을 썼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급상승하면서 지방 구직자들의 '취업 물가'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기업들의 취업 시험과 면접이 본사가 몰려 있는 서울에서 주로 이뤄지면서 지역 젊은이들은 교통비와 숙박비 부담까지 더해져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지역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22.5(2005년 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5.8% 상승했다. 특히 취업 준비에 필요한 품목들의 소비자물가지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철도이용료는 123.0, 면접을 볼 때 입는 남성정장은 120.8, 여성정장은 122.0의 물가지수를 보였다. 시험응시료는 110.5로 올랐고, 외국어 학원비는 136.3까지 치솟았다.

지난 주말 권 씨가 면접을 보기 위해 사용한 비용을 계산해보면 KTX 왕복 요금 8만2천200원, 점심값 및 식음료비 2만7천500원, 서울 내에서 사용한 택시비'지하철비 등 교통비 1만3천400원 등 하루 동안 12만3천100원을 사용했다.

높은 취업물가 중에서도 대구경북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교통비다. KTX를 이용해서 동대구역에서 서울역으로 가게 되면 경유지나 할인혜택에 따라 최소 1인당 2만5천700원에서 5만7천500원까지 든다.

면접이 아침 일찍 있으면 대구에서 서울까지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는 KTX로도 시간 안에 도착하기가 어렵다. 이 경우에는 전날 미리 서울에 가야 하기 때문에 숙박비까지 추가로 든다. 취업준비생 김모(27) 씨는 "시험이나 면접은 대부분 아침 이른 시간에 있다"며 "첫 KTX를 타고 가면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출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서울역에서 면접장이 멀 경우에는 근처에 방을 잡아야 해 20만원 이상 든다"고 말했다.

이런 부담 때문에 구직자들은 면접 비용 절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KTX 동반석 구매다. 동반석은 KTX 차량 중간에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좌석으로 코레일에서 4개의 좌석을 한 번에 판매하고 있다. 4명이 이용한다고 보면 1인당 2만5천원 정도로 동대구에서 서울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4만원가량의 일반석보다 1만5천원을 절약할 수 있다.

임수민(26'여) 씨는 "취업 시즌에는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함께 동반석을 이용할 사람을 구하는 글들이 많아 일반석보다 훨씬 싸게 서울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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