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입니다."
1일 오후 9시 동대구역 야외무대. 서로 손을 꼭 붙잡은 질라라비 장애인야간학교 학생과 교사 30여 명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휠체어에 누워 하늘밖에 쳐다볼 수 없는 장애인 학생, 휠체어 조종 스위치를 잡은 손 외에는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 학생도 모두 또박또박 노래를 불러 이날 모인 시민 200여 명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장애인 학생 김모(30'뇌병변 장애 3급) 씨는 "두 달간 교사들과 동고동락하며 준비한 노래로 시민들 앞에 서서 큰 박수를 받고 싶었는데 드디어 꿈을 이뤘다"며 "시민들과 문화를 매개로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시민들에게 한 발짝 다가선 장애인들은 대구 동구 신천동 질라라비 장애인야간학교 학생들. 이 학교는 정규교육에서 소외됐던 성인 장애인들을 위해 지난 2000년에 개교해 12년째 운영 중인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이다.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한 장애인들에게 검정고시 과목을 가르치고, 컴퓨터'체육'음악'문화강좌 등 다양한 문화체험도 제공하고 있는 곳. 그러다가 비장애인들과 더불어 살아가자는 의미로 지난해부터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문화를 체험하고, 장애인의 교육 현실을 알리는 행사를 열고 있다.
이날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시작해 벼룩시장과 시화전, 풍물패 퍼레이드 등 시민과 어우러진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이날의 백미는 오후 7시 막을 올린 연극, 춤, 합창. 최근 영화 '도가니'를 통해 장애인을 보는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 도마 위에 오른 시점에서 공연을 지켜본 시민들은 가슴속에 뜨거움을 하나씩 선물받았다.
한 시민은 "그들이 힘써 만든 공연을 보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이 없는 세상,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재일(39'북구 검단동) 씨는 "장애인들이 직접 대사를 하고, 연기를 펼치는 모습이 신선해 끝까지 지켜봤다"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과 차별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학교의 이름인 '질라라비'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억셈을 상징하는 새'라는 순 우리말. 장애인 학생들이 넓은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날갯짓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교명으로 붙여졌다.
매주 야학에 나와 장애인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박재희(21'여'대구대 유아특수교육) 씨는 "학교 이름처럼 이곳 학생들이 언제나 당당하게 넓은 세상과 어깨를 겨누며 살았으면 좋겠다"며 "우리의 할 일은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 차별문제를 연구하는 대구대 동아리 '역지사지'의 성빛나(21'여) 회장은 "장애인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차별을 없애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질라라비 장애인야간학교 박명애 교장은 "현재 성인 장애인의 49.5%가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라며 "배움의 욕구를 가진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절실하고, 더불어 장애인과 시민이 함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여건도 무르익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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