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애국심 불탄 조각가 거츤 보글럼

미국 사우스다코다 주 러시모어산의 대통령 거대 두상을 조각한 거츤 보글럼(1867~1941)은 애국심이 유별나게 강한 인물이었다. 그는 20세기 초, 역사가 일천한 미국 사회에 국가주의 바람이 불자 영웅적 인물들에 매료돼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테오도어 루즈벨트 등 길이가 18m에 이르는 역대 대통령 4명의 러시모어 조각을 완성시켰다.

덴마크계 이민자의 후손인 보글럼은 젊은 시절 파리에 유학, 거장 오귀스트 로댕의 영향을 받았다. 귀국 후 주로 거대 공공 조각 작업에 나선 그는 1923년,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의 스톤산에 로버트 리 등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주요 인물들의 거대 두상을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이 무렵 그는 이 작업을 후원한 인종차별단체 KKK단의 회원이기도 했으나 완벽함을 추구하는 독선적 성격으로 마찰을 빚다가 2년 만에 무산됐다.

그러나 스톤산의 작업은 그에게 거대 두상 조각의 노하우를 안겨줘 1927년 오늘, 러시모어 조각을 시작했다. 다이너마이트와 400명의 인부를 고용해 이뤄진 이 작업은 1941년에 그가 숨진 뒤, 아들 링컨 보글럼에 의해 그 해에 마무리되었다.

김지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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