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팝니다. 지금까지 대구에 팔린 게 80대 정도인데 예약이 밀려있는 게 50대 정돕니다."
없어서 못 판다는 그 차는 화려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구성만 갖춰 단순함의 극치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러나 차 내부 공간 배치와 운전자를 위한 소소한 배려를 무기삼았다. 그 무기가 여성들에게 먹혔다. 90% 이상이 여성, 특히 30대 고객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타본 그 차는 '험하게 차를 몰지 않는 이들'에게 어울릴 차였다. 닛산 '큐브' 이야기다.
긴말 없이 시승에 나섰다. 두산오거리에서 청도 팔조령까지 오가는 구간을 시승 구간으로 삼았다. 한국닛산이 국내에 첫 출시한 박스카 '큐브'는 일본에서 2002년 선보인 2세대 모델에 동력성능과 외관을 9년 만에 바꾼 풀체인지 3세대 모델. 좌우 창문 디자인이 다른 비대칭 설계와 박스 형태의 특이한 외관 등 디자인 외에 무엇으로 승부할 것인지 사뭇 궁금한 터였다. 특히 올 7월부터 팔린 큐브는 전국적으로 1천600대 이상 예약이 몰렸다고 하니 여성들의 차 선호도를 분석해보고 싶기도 했다.
역시 디자인, 내부 공간부터 눈이 갔다. 특히 내부는 수납공간이 많았다. 여성을 위한 배려가 한눈에 들어왔다. 스티어링 휠 옆에는 일반 종이컵이나 캔이 아닌 머그잔을 놔둘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 밖에도 컵홀더만 4곳이 더 있다. 또 보조석 앞에는 핸드폰 등 소품을 얹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조수석 앞쪽 글로브박스도 깊고 넓었다. 노트북 3개까지 거뜬하게 들어갈 정도였다.
내부 디자인 곳곳에는 원형의 물결무늬를 형상화해 차량 내부의 천장을 비롯해 총 10곳에 물결무늬 포인트를 뒀다. 세단과 같은 트렁크가 없지만 휠체어나 소형 자전거를 세워 실을 수 있는 수납공간은 힘이 약한 이들을 위한 배려로 느껴졌다. 박스카 특유의 시야 확보는 방어운전을 하는 여성과 노인에게 적절한 차로 보였다.
다만 실내 천장의 높이가 1.5m에 달한다는 게 흠으로 보였다. 키가 작을 경우 팔이 운전석 천장 거울에 닿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을 주소비자층으로 노렸다면 패착이 아닐 수 없다. 운전중 화장을 비롯해 여성들이 신호대기 중 즐겨하는 행동을 감안하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큐브는 자신만의 독특한 거울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마련해 이를 넘어선 것으로 보였다. 약점으로 보였던 게 장점으로 살아난 셈이다.
성능도 일본차 특유의 장점이 실렸다. 우선 가속에 무리가 없었다. 100㎞까지 부드럽게 밟혔다. 특이할 만한 점은 브레이크 반응 속도가 빨랐다는 것이다. 운전에 서툰 이들이 몰아도 될 정도. 이런 점은 주차 역시 수월할 것으로 보였다. 박스카의 특징인 차 뒷부분이 짧아서다.
박스카지만 소음이 거의 없었다. 하이브리드카에 비견될 정도. 다만 시속 80㎞까지만이다. 그 이상 올라가면 차량 오디오 볼륨을 다소 올려야 할 정도로 소음이 있었다. 고속주행용 차량은 아니었다.
안전사양도 괜찮았다. 에어백 충돌로 발생하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2단계로 작동되는 'SRS 에어백시스템'이 도입됐다. 또 차량 도어새시는 내장형 충격 흡수 강화 도어빔을 사용해 안전성을 높였다. 큐브 3세대 모델은 최고출력 120마력에 최대토크 16.8㎏'m를 구현하는 4기통 1.8 엔진과 3세대 X트로닉 CVT(무단변속기)가 탑재됐으며 공인연비는 14.6 ㎞/ℓ이다. 가격은 2천190만~2천490만원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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