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정부가 사회적 기업법을 제정하면서 사회적 기업의 설립이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 사회적 기업가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인식이 널리 공유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덜컥 제도화는 되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독일에 머무르고 있는 사회학 박사 박명준이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독일의 사회적 기업가 14인을 직접 찾아 인터뷰 한 소중한 기록이 책으로 나왔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아소카재단의 독일지부가 독일의 아소카 펠로우로 선정한 인물들이다. 아소카재단은 미국에서 시작된 기관으로, 오늘날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지부를 두면서 사회적 기업을 후원해 사회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역점 사업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청소년 문제와 청년 고용, 교육, 의료와 보건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 기업가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청년 실업자에게 연극을 통해 기를 살려주고 취업까지 연결시켜준다? 산드라 쉬어만의 '프로젝트 공장'은 노동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연극 무대에서 하는 연기 경험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주는 곳이다. 연극이 지니는 힘을 느낄 수 있는 무대 경험을 통해 성취감을 줘, 젊은이들이 좌절감을 털고 자신에 찬 인생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공장은 청소년들을 자연스럽게 일자리로 연결시켜 준다.
비행 청소년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법? 권투를 활용해 비행 청소년들을 계도하는 '한트-인'이라는 독일의 사회적 기업은 비행 청소년들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면서 청소년들이 새로운 자아상과 자기 훈육, 그리고 능동적인 사회 통합의 길을 찾아가게 해주는 곳이다. 이 기관의 창립자이자 현재 운영의 중심에 있는 루퍼트 보스는 육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는 기업가다. 보스는 축구와 권투 같은 스포츠의 효과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
불평등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부모 교육을 주로 하는 사회적 기업도 있다. 사회적 취약 계층은 물적, 시간적, 지적, 네트워크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결핍된 탓에 자녀에게 양질의 돌봄과 양육을 제공하기 어렵고, 그 결과 자녀들을 방치하기 쉽다. 그러면서 자기 아이들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하고 그것을 어떻게 공급해줘야 하는지에 관해 무관심하거나 무지하게 된다. 암부르스터가 세운 '부모 회사'의 목표는 두 가지다. 먼저 취약 계층 부모들에게 다가가 협력하는 것이고, 그 다음 부모들이 계속해서 만남을 유지하면서 함께 발전하게 하는 것이다.
이민자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 '기회 공장'의 활동도 흥미롭다. 자신 역시 터키 이민자 자녀인 무라트 부랄은 이민자 자녀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성적도 나쁠 가능성이 큰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였다. 개인적 자질의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이민자 자신의 자각이 필요하며, 나아가 독일 사회 전체가 이민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부랄은 'IBFS'라는 사회적 기업을 이끌며 이러한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실천을 벌였다. 무언가를 성취한 선배들을 학교로 보내서 좌절하고 소외된 아이들 앞에 모범을 보여주는 형태였다. 이런 시도는 참가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학생들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고 안정감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부모가 대학을 나오지 않은 노동자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노동자 자녀' 같은 사회적 기업도 있다.
저자는 이들 사회적 기업가들이야말로 '평범함 속의 비범함'을 갖춘 사람들이라며, 책의 제목을 '사회적 영웅의 탄생'으로 정한 이유를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사회의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기업가들에 대한 성찰이 더 깊어지고, 혁신적 실천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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