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어떻게 만들어질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한 연극의 제작과정을 다시 돌이켜보자. 작품을 선정해서 연습 스케줄을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주제와 인물, 장면과 대사 등 작품을 분석하고 공연의 형식을 결정한 후 '리딩'이라는 대본 읽기 과정을 거쳐 '브로킹'이라는 행동선을 만드는 과정 등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제작, 작가, 연출, 배우, 기획, 무대, 음향, 조명, 분장 등 수많은 연극 종사자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했지만 그들은 연극의 막이 내리기 전까지는 아직도 자신의 역할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연극의 막이 오른 후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하며 책임감이 한층 더 막중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부담감을 덜고 각자의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모두가 '리허설'(rehearsal)에 최선을 다한다. 마치 실제 공연인 것처럼 리허설에 임해야 관객 앞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실수가 무엇인지 미리 점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극의 리허설은 방송 드라마나 영화의 리허설과는 중요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영화의 경우에는 완벽한 리허설 후에 실제 촬영에서 실수가 발생한다면 다시 리허설을 거친 후에 촬영하면 되겠지만 연극은 실수한 모습을 그대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상상도 하기 싫은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극의 리허설은 어느 장르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중요하며 수많은 반복을 필요로 한다. 물론 그런 과정을 거쳐도 크고 작은 실수는 나오기 마련이고 그것은 또 그 나름대로 연극만의 특수한 매력적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연극에서 리허설은 그야말로 연극의 성패 혹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무대, 조명, 음향 등의 기술적인 부분의 점검을 중점적으로 하는 '테크니컬리허설'(technicalrehearsal)이나 의상, 분장 등 모든 요소를 실제 공연처럼 똑같이 준비하는 총연습인 '드레스리허설'(dressrehearsal)은 연극제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형식적으로는 연습이면서 형태적으로는 공연이기도 한 리허설은 단순히 예행연습이라고 부를 수 없는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론적으로 '리허설'은 연습기간에 포함되는 연습과정의 일부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실제공연과 똑같이 진행되는 공연 과정의 일부이기도 하다. 실제 많은 극단에서는 연극의 최종 리허설을 공연 관계자나 기자 혹은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프리뷰 공연의 형태로 선보이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시사회라는 이름으로 일반 유료 개봉에 앞서 기자나 영화 관계자에게 먼저 영화관람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홍보 효과를 기대하는데 이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의 경우 점차 유료시사회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연극도 별반 다르지 않다. 또한 영화의 경우 시사회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편집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연극에 비한다면 그 수정 정도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연극의 경우에는 최종 리허설 혹은 프리뷰 공연 이후에 연극 관계자나 일반 관객의 의견을 수렴해 타당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이 되면 연출가의 선택에 따라 작품이 대폭 수정되기도 한다. 무대, 음향, 조명, 의상 등의 기술적인 요소에서부터 배우의 연기, 분위기, 리듬과 템포, 심지어 작품의 주제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인 공연의 막이 오르기 전에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영화와 달리 공연 기간 중에도 거의 매일 수정을 거쳐 장기 공연의 경우에는 공연 기간 초반과 후반의 작품이 과연 같은 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바뀌기도 한다.
물론 창작 초연작의 경우 그럴 가능성이 더 높은데 이는 '창작 초연 공연은 아직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완성된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창작 초연작의 그런 제작 특성을 알고 공연을 본다면 기존에 맛볼 수 없던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 재미를 이미 알고 즐길 줄 아는 관객은 오히려 검증이 되지 않은 창작 초연작의 변화 혹은 성장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이미 본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극장을 찾기도 한다. 그런 관객이야말로 정말 연극을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사람이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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