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신장과 성(性) 조숙증

키가 너무 작아도 걱정, 빨리 성숙해도 걱정

어떤 부모는 자녀의 키가 또래보다 너무 작아 속상해하는 반면, 어떤 집에서는 자녀가 육체적으로 빨리 성숙하는 것이 걱정이다. 모든 어린이들은 정상적인 성장 유형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만성질병이나 영양장애 등이 동반되면 성장장애가 생길 수 있다. 성장에 관여하는 호르몬에는 성장호르몬, 갑상선호르몬, 성호르몬 등이 있다. 키가 작은 저신장이나 사춘기가 빨리 오는 성조숙증도 이러한 호르몬의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저신장

보통 부모들은 자녀의 키에 대한 욕심이 많다. 자신들의 키가 작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자녀의 키가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길 바란다. 키 작은 어린이, 즉 저신장은 어느 정도 수준을 말하는 것일까? 의학적인 답은 이렇다. 또래 어린이들 100명 중 키가 앞에서 세 번째까지인 경우 또는 연간 성장속도가 4㎝ 미만이거나 표준키보다 10㎝ 이상 작은 경우를 말한다.

저신장의 원인은 부모가 작을 때 가족성으로 오는 수도 있고, 정신질환이 있을 때와 대사장애나 영양섭취가 잘 되지 않아서 오기도 한다. 선천적으로 골격계에 이상이 있거나 염색체 이상이 있을 때, 또는 자궁 내 성장 지연이 있는 경우도 원인이 된다. 어떤 어린이들은 사춘기가 늦게 오면서 키가 늦게 크는 수도 있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성장장애뿐만 아니라 지능발달도 되지 않아 키가 작은 저능아가 된다.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고, 수용체와 결합해 간에서 성장인자를 생성하며, 뼈의 성장에 관여한다. 성장호르몬의 부족 여부를 검사할 때는 생리적으로 성장호르몬 분비가 증가되는 수면 후나 운동 후, 그리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약제를 투여한 후에 검사를 해야 한다.

성장호르몬 결핍이 있으면 키가 작으면서 얼굴이 둥글고, 피하지방 분해가 되지 않아 몸체가 통통하며 손가락이 가늘고 남자어린이는 생식기가 작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경우 성장호르몬 투여로 키가 자랄 수 있다. 국내에서도 20여 년 전부터 성장호르몬이 개발돼 키 작은 어린이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성장호르몬은 성장호르몬 결핍 외에도 염색체 이상이 있는 터너증후군 및 만성신질환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예전에 비해 경제적 부담이 줄었다. 성장호르몬 요법은 태아 성장장애와 가족성 저신장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 성장호르몬은 뼈의 성장판 성장이 멈추기 전에 투여해야 효과가 있고, 매일 잠자기 전에 집에서 피하주사로 투여하며, 일찍부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사춘기 조발증'성조숙증

정상적인 경우에도 사춘기 시작연령이 다양하고 인종에 따라 다르므로 '성조숙증'을 정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대개의 경우 여자아이는 8세 이하, 남자아이는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빈도는 여자아이에서 더 높다.

여자아이의 경우 유방'치모'외부 생식기 등의 발달과 함께 겨드랑이 부위에 털이 나고, 초경의 시작이 뒤따르게 된다. 남자아이의 경우 고환'음경'치모 등이 발달하면서 여드름이 따라온다. 발기가 일어나기도 하며, 몽정을 경험하기도 한다. 목소리가 굵어지고, 키의 성장이 빨라진다. 이런 경우 남녀 모두에서 키의 성장 및 체중의 증가는 물론 뼈의 성숙이 빨라지고 성장판이 빨리 닫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최종 성인키는 작게 된다.

이런 문제가 있다면 치료는 어떻게 할까? 매달 합성 성선자극호르몬 유발호르몬을 주사하면 성선자극세포가 둔감해져 중추성 성조숙증의 활동이 중단된다. 치료가 적절히 이뤄지면 혈장 내 성호르몬이 사춘기 이전의 농도로 감소하며,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 사춘기의 발달이 다시 진행된다. 진단 및 치료 전후 정서적인 지지와 지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부모들의 각별한 애정과 주의가 필요하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김흥식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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