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밥 대용? 밥보다 라면! 스토리 텔링…폭발적 수요

지갑이 가벼워진 직장인들에게 한 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대용식으로 라면만한게 없다. 봉지라면은 물론이고 용기면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군인들이나 먹던 '뽀글이'가 시중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뽀글이'란 우동컵(가락국수를 담을 수 있는 종기 그릇)에 봉지 라면과 뜨거운 물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것이다. 뽀글이 가격은 라면(1천원)에 용기(200원)를 더한 1천200원으로 분식집 가격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한 개에 1천원 가격대의 햇반을 함께 구입하더라도 식당에서 파는 라면보다 저렴해 직장인들의 '뽀글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라면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라면 그 자체는 대용식이지만 필수재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는 라면 회사들이 40년에 걸쳐 라면에 스토리를 주입시킨 결과다. 농심의 경우 회사명에도 스토리를 입혔다. '농부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농심은 1970년대에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카피로 큰 인기를 얻었는데, 이는 전래동화 '의좋은 형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이런 광고를 통해 농심은 이촌향도(離村向都)가 본격화되면서 도시로 이주한 젊은이들의 정서를 파고 들었다.

'안성탕면'은 '안성공장에서 만들어진 한국인의 탕 문화를 이어받은 라면'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1980년대 등장한 짜파게티는 자장면과 스파게티를 결합한 명칭으로 당시 스파게티가 고급 외국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된 제품명이다.

라면의 제왕으로 불릴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라면'의 경우 지난 해에만 4억5천여만 개가 팔렸다. 농심은 그 여세를 몰아 가격대를 높인 '신라면 블랙'을 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비싸더라도 건강에 좋은 라면이라는 개념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면은 건강에 나쁘더라도 먹고 싶은 음식이자 간편식이란 소비자들의 뿌리깊은 인식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라면의 아성에 도전하는 '꼬꼬면'의 경우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스토리텔링 작업이 이뤄졌고, 개그맨 이경규 씨의 지속적인 홍보로 인해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하얀 국물도 괜찮은데'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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