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얼·향리 많은 경상도, 신분차별 반대 중심지로

상주 '연조귀감' 대구 '규사' 저항과 차별극복 노력 등 담아

'서얼과 향리'. 양반과 상민의 신분이 철저히 구분되던 조선에서 서얼(庶孼'첩에서 난 자식과 그 자식)과 향리(鄕吏'관아에 딸린 고을 아전)는 비주류였다. 어느 지역보다 양반 세력 못잖게 서얼과 향리층도 많았던 곳이 경상도였다. 이들의 불만은 과거시험도, 신분상승도 제약돼 컸다. 차별을 바꾸려 했던 이들의 저항과 고민, 차별극복의 몸부림은 기록으로 남아있다. 상주향리가 남긴 향리역사 기록인 '연조귀감'(椽曺龜鑑), 대구에서 서얼역사를 담은 '규사'(葵史)가 그것이다.

연조귀감은 상주의 향리 이진흥이 1776년(혹은 1777년) 편찬하고 증손 이명구가 1848년 간행한 책. 향리 집안 후손인 이들은 향리의 기원, 형성과정 및 위업을 밝혀 향리와 양반이 처음에는 같은 신분이었음을 재인식시키고 그에 상응하는 향리들의 신분상 지위변화를 꾀하려 지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향리들은 동학혁명 때 신분차별을 반대하던 농민들을 진압했다.

대구서는 영남의 서얼에 의해 1859년 적서차별을 반대하며 역대 서얼의 사실과 서얼차별 개선활동 등에 관한 자료를 모은 규사란 책을 펴냈다. 규(葵)는 해바라기. 해바라기의 본가지나 곁가지가 한결같이 해를 향하듯 서얼들의 충성도 적자와 다른 것이 없다는 선조(宣祖)의 말에서 유래했다. 이 책은 서얼차별 개선노력과 서얼이 벼슬에 오르지 못한 사정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서얼의 관직진출을 위한 집단상소 등 활동과 서얼 중 뛰어났던 인물평가 글 등을 싣고 있다.

정인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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