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있는 노년…주택·車에도 실버파워

운전쉬운 2인승 경차 인기 노인형 자동차 개발 분주

'실버 파워를 잡아라.'

노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은퇴한 노인'들이 소비의 주요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탄탄한 경제력은 물론 활발한 사회 활동을 지속하는 이들이 늘면서 업체들이 이들을 겨냥한 상품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

자동차 회사는 노인을 위한 차 생산에 몰두하고 있고 주택업체는 이미 실버 세대가 주요 구매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사회의 65세 이상 인구는 10%를 넘어섰고 2020년에는 14%를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버 파워가 커지면서 기업마다 노인을 위한 연구개발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며 "향후 고령화가 기업 성장의 또 다른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움직이기 편하게

자동차업계는 내부를 단순화시키고 차체를 줄인 노인형 자동차 개발에 적극적이다.

이미 일본 등 고령화가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된 국가에서는 주차나 운전이 쉬운 2인승 경차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자동차업계가 연비를 높이고 안전성은 강화한 차량 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은퇴 이후 최소 20년간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국내 점유율 1위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 기술연구소에서 노인형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해 이르면 내년쯤 상용화 모델을 선보일 전망이다. 이곳 관계자는 "운전자가 오르내리기 쉽도록 하고 내부 기기가 복잡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연비 상승, 브레이크 민감, 가속 기능 축소 등 기능적인 부분은 물론"이라고 말했다.

몇 년 뒤에는 동공 인식 센서가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해 자동으로 운전하는 자동차도 양산될 전망이다.

금융회사도 마찬가지다.

일부 객장에서 VIP 고객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뒀지만 앞으로는 모든 지점에 엘리베이터 설치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인층 때문이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일본 등 우리와 금융기관 운영 형태가 비슷한 곳에서는 지점마다 2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며 "2층까지 고작 몇 걸음 안 된다고 여길 수 있지만 노인들의 입장에서는 큰마음먹고 올라가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주택업계에 부는 실버 파워

주택업계는 이미 주 구매층으로 은퇴 노인층이 부상하고 있다.

자녀 출가 후 관리 편의를 위해 중대형에서 소형 평형으로 집을 옮기는 은퇴자나 예정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사인 리코의 최동욱 대표는 "10여 년 전에는 20평 안팎의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은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주 계약자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50대 이상의 계약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고 주택업계도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소형 아파트 열풍 배경에 실버 파워가 한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달 30일 분양에 들어간 북구 침산2차 쌍용예가 모델하우스에도 50, 60대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50대 이상 방문자가 전체의 30%를 넘고 있으며 상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이들 대다수가 주변에 사는 이들로 은퇴 이후를 고려하거나 자녀 출가로 중대형 아파트에서 소형으로 이사를 하려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주택업계는 올 들어 분양한 신규 단지의 소형 아파트 계약자 20~30% 정도가 50대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축 허가가 급증하고 있는 도심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도 노령층이 주요 마케팅 대상이다.

은퇴자 입장에서는 거주 공간 규모를 줄여 생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편리한 도심 생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의학발달로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2030년에는 90세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소규모 주택의 수요는 향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예전에는 남의 눈을 의식해 소형 주택을 기피하는 노인들이 있었지만 몇 년 전부터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고 청소 등 관리가 쉬운 소형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주택업계도 노인층에 맞춰 문턱을 없애고 리모컨으로 실내 기기 조작이 가능한 집들을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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