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널] '김소월의 시를 번역하시오' 콩고에서 부는 한국 열풍

KBS1 TV '한글날 특집' 9일 오전 10시 50분

문맹률이 가장 높으면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을 4회나 배출한 아프리카는 유럽에 의한 오랜 식민통치를 겪으면서 고유 문자를 잃어버렸다. 젊은이들은 영어와 불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면서 아프리카 고유의 문화와 전통, 문학의 유산에서 멀어지고 있다. 반면 똑같은 식민통치를 받았지만 한국은 고유의 문자를 가지고 있다. 한글은 중국어와 일본어, 그리고 영어에 그 자리를 내어 주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자국의 문자로 기록된 유구한 문학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9일 오전 10시 50분 방송되는 KBS1 TV '한글날 특집-김소월, 아프리카에 가다' 편은 바로 이 상반된 이 시점에서 시작된다.

한 민족, 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자가 그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고 나아가 그 사회를 존속시키는 힘이 된다는 것을 우리 시문학을 접한 아프리카 젊은 인재들의 감성과 지성 속에서 찾아간다. 이는 낯선 시선을 통한 한글의 재발견, 한국문학의 재조명이 될 것이다.

콩고 대학에 '김소월의 시를 번역하시오'라는 오디션 대자보가 붙는다. 김소월을 시작으로 한국 대표 시인들이 쓴 시를 번역하고 그 의미를 풀어내는 오디션이다. 오디션 최종 우승자에게는 대구대학에서의 1년간 한국 어학연수 기회가 주어진다. 콩고의 동쪽 끝. 고마지역은 불과 몇 년 전 내전이 종식된 터라 아직도 혼란 상태다. 그럼에도 이 지역 3개 대학에서 4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오디션 참가를 위해 모였다. 예상보다 많은 지원자를 추려내기 위해 1차 경합은 한국에 관한 OX퀴즈로 진행되었다.

콩고 대학생들은 프랑스어와 영어를 차용해 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주로 프랑스어를 구사한다. 80년의 식민통치를 통해 고유의 언어와 문자는 사라진 것이다. 프랑스어와 영어를 차용해 쓰면서 아프리카 고유의 문화와 문학은 도태되고 잊혀졌다. 이들에게 한글과 한국어로 된 문화는 동경의 대상이다. k-pop의 열풍은 콩고에도 불고 있다. 이들의 모습에서 한 민족의 고유 문자가 그 민족의 정신적 유산을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자산임을 발견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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