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이불 70% 유통 "백화점 가격 1/3에 침구 사세요"

서구 내당동 큰장길

전국 최대 침구류 도매상권인 내당동 큰장길 침구류골목. 골목에는 항상 전국 각지로 나갈 이불들이 가득 쌓여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전국 최대 침구류 도매상권인 내당동 큰장길 침구류골목. 골목에는 항상 전국 각지로 나갈 이불들이 가득 쌓여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전국 이불의 70%는 우리 골목에서 나가죠."

서구 내당동의 큰장길에는 항상 산더미만큼 이불이 쌓여 있다. 전국 곳곳에서 이불을 사러 온 상인들이 골목에 모여들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가장 큰 침구류 도매상권으로 이불을 실어 나르는 트럭들이 하루에도 수십 대가 오가는 곳이 서구 1호 명물골목 '큰장길 침구류골목'이다.

◆주차공간 널찍한 큰장길로 모인 침구류 상인들

큰장길에 침구류 업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20여 년 전쯤이다. 지금 골목에 있는 업체들의 3분의 1 이상은 모두 서문시장 안에 가게를 열고 있었다. 하지만 상권이 밀집된 서문시장은 침구류 도매를 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부피가 큰 침구류를 실어가려면 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침구류 상인들이 눈을 돌린 곳이 지금의 큰장길. 원래 막창식당이 많아 막창골목으로 불렸던 큰장길은 트럭 진입이 쉽고 주차 공간도 많아 20년 전부터 침구류 상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30여 개 남짓한 업체들이 모여 있었지만 7, 8년 전부터 극세사 침구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업체도 급격히 늘었다. 큰장길이 장사하기 좋다는 소문을 들은 상인들이 모여들어 지금은 80여 개의 침구류 업체가 모여 있고 서구 1호 명물골목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주로 도매를 위주로 하는 상인들이 모여 있지만 대형으로 소매전문점도 2, 3곳 문을 열고 있다. 혼수를 준비하는 예비부부나 저렴하게 침구를 마련하려는 소매 고객들도 골목을 찾는다. 백화점이나 홈쇼핑 등에서 구입하는 침구류도 골목에서 나간 물건들이 많다 보니 한번 사본 손님들은 저렴한데다 품질까지 좋은 큰장길을 다시 찾는다. 한 상인은 "백화점까지 가는 물건들은 유통과정을 거치다 보면 여기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3.2배가 된다"며 "알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지만 우연찮게 온 손님들은 저렴한 가격에 많이들 놀란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침구류 도매상권

대구에서 생산된 이불이 전국에서 판매되는 이불의 7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이불의 대부분은 큰장길 침구류골목에서 나간다. 중국 등지에서 수입한 천으로 염색, 봉제 등 이불을 가공하는 기술은 대구를 따라올 곳이 없다. 기술이 좋다 보니 골목에는 전국 각지의 번호판을 단 트럭들이 쉴 새 없이 이불을 실어 나른다.

큰장길표 침구류는 해외로도 수출된다. 천을 수입하는 중국으로 가공을 거쳐 다시 수출을 하기도 하고 미국, 캐나다, 동남아 등 다양한 지역으로 이불이 팔려나간다. 한 상인은 "해외로 진출하는 업체들이 많다보니 상인들이 직접 외국어를 배워 2, 3개 외국어에 능통한 상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골목의 경제규모도 상당하다. 골목에서 일하는 인원뿐 아니라 성서공단, 이현공단 등의 이불 가공공장들의 인력까지 고려하면 2만 명 이상의 인원이 이불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다. 정확한 추정은 어렵지만 경제 파급효과도 최소 1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목의 한 상인은 "침구류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불하면 다들 대구를 최고로 쳐주지만 정작 대구시민들은 이 사실을 모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골목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상인들

골목에 업체들이 모여들면서 10여 년 전에는 '대구큰장길침구류협의회'가 만들어졌다. 협의회는 골목 홍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명물골목 지정 이후 입간판을 세운 것도 그중 하나다. 상인들은 "지나가다가 큰길에서 간판을 본 손님들이 궁금해하며 골목에 들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불을 사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는 강릉 단오장에 답사를 가기도 하고, 지난해에는 축제를 통해 골목을 알리려는 시도를 했다. 실제로 교동귀금속골목, 남산동인쇄골목 등이 축제를 열면서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근에 주택가가 있어 이웃 주민들에게 방해가 될 것이란 의견 때문에 행사 3일 전 축제가 취소되기도 했다. 대구큰장길침구류협의회 배정길 회장은 "우리 골목만큼 상권을 알리고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골목도 없을 것"이라며 "상인들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 좋은 가격에 팔고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으니 대구 시민들이 많이들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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