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칠곡 지역에서 한 달 새 6건의 담배 절도 사건이 잇따르는 등 '담배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절도범들은 CCTV가 없고 보안이 허술한 담배 가게만 골라 범행을 저질러 경찰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일 오후 북구 태전동의 현관문 제작업체. 이곳 사장 김민수(32) 씨는 가게 안에 담배 판매 코너를 만들었지만 한 달 반 만에 담배 장사를 접었다. 이달 2일 도둑이 들어 250만원 상당의 담배 수십 보루와 현금 20만원을 훔쳐갔기 때문. 가게가 태전교 인근 대로변에 위치해 있었지만 도둑은 대범하게 가게 입구 자물쇠를 뜯고 침입해 이곳에 있던 100ℓ 쓰레기 봉투에 담배를 담아 달아났다. 김 씨는 사건 발생 후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게에 CCTV가 없는 탓에 경찰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그는 "비싼 공구들도 많은데 다른 건 모두 두고 담배만 훔쳐서 달아났다. 한라산이나 라일락 같은 담배만 빼고 잘 팔리는 담배만 골라서 훔쳐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곳에서 3㎞ 정도 떨어진 북구 팔달동의 한 식당. 식당 영업을 하며 손님들에게 담배를 팔고 있는 이곳 사장 여상배(59) 씨는 지난달 담배 절도를 잇따라 3차례 당했다. 절도범은 식당 오른쪽에 있는 30㎝ 높이의 창문을 통해 들어와 담배를 모조리 가져갔다. 이곳 식당에도 CCTV가 없기는 마찬가지. 여 씨는 도둑이 침입했던 창문에 철제 가림막을 설치하고도 안심할 수 없어 재고 담배를 몽땅 집에 가져다 뒀다. 그는 "도둑이 훔쳐간 담배가 족히 300만원어치가 넘을 것"이라며, "가게 문이 조금이라도 열려 있으면 또 도둑이 들었나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하소연했다.
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10월 초까지 칠곡지역에서 접수된 담배 절도 사건은 총 6건. 경찰은 한 달 새 같은 지역에서 2천만원 이상의 담배만 집중적으로 턴 것을 미뤄 전문털이범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수사망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또 담배 도둑이 활개를 치는 것은 담배가 현금화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담배 보따리상'들이 현금을 주고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담배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이를 유흥업소가 다시 사는 방식으로 음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담배는 백화점 상품권이나 금처럼 현금으로 바꾸기 쉬운 물건"이라고 말했다.
담배 도둑이 기승을 부리지만 경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절도범들이 CCTV나 보안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영세한 가게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바람에 증거가 거의 없기 때문. 북부경찰서 강력팀 한 형사는 "범행 현장은 물론 주변에도 CCTV가 거의 없어 범인을 특정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추석 연휴가 있었던 9월에 범행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s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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