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남 합천 해인사는 야단법석이다.'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이 열리면서 전국 곳곳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눈길을 끄는 강좌가 있다. 해인사 가야포교당 주지 종신 스님(불이불교대학장)의 '자아찾기 강좌'. 이 강좌는 천 년을 맞은 대장경의 내용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자아를 찾으려는 것이다. 종신 스님은 "팔만대장경의 수많은 내용은 결국 자아 찾기다"고 단언한다.
"해인사에 전시된 팔만대장경은 어찌 보면 '박제'된 대장경이죠. 해인사를 찾는 많은 사람은 단순히 전시된 것에만 관심을 둡니다. 더욱이 불교에서도 팔만대장경의 진정한 의미를 알리기보다는 전시 자체에 신경을 많이 쓰죠. 우리 시대에 팔만대장경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팔만대장경은 부처님의 말씀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인데 부처님 말씀의 핵심은 자신의 주체성을 찾는 것이고 이를 통해 자신 뿐 아니라 가족, 이웃, 인류, 우주로까지 그 의미를 넓히는 것. "팔만대장경을 함축하면 금강경이고 이를 함축하면 반야심경이 되죠. 또다시 반야심경을 함축하면 연중불화공(緣中不華空)이 됩니다." 연중불화공은 5가지 숭고한 이치로 인간이 살면서 한 치도 이를 벗어나 살 수 없다. 이는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종신 스님은 자아가 가아(假我)와 진아(眞我)로 나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영혼이자 진아라고 했다. "현대인의 삶은 동물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동물이 먹이를 찾아 헤매듯 인간도 자본을 찾아 경쟁하고 방황하죠. 인간이나 동물이나 별반 다르지 않잖아요. 진아가 사장되고 있는 것이죠. 결국 진아는 경쟁구조가 아닌 협동 구조 즉, 인간미에서 살아납니다. 팔만대장경은 따뜻한 가슴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죠." 10월부터 시작한 종신 스님의 '자아찾기 강좌'도 진아를 찾고 내면에 내재해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끄집어내 주체성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종신 스님은 평소 불교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가야포교당에 오기 전 종신 스님은 대학원에서 교육방법을 전공했고 7년 정도 토굴에 지내면서 불교 교육에 대해 연구했다. "지금까지 불교 교육 내용이 많이 부실했죠. 단적으로 스님이 법문하면 불자는 일방적으로 듣는 수준이었죠. 일부에서는 계속 듣다 보면 내용을 섭렵하게 된다고 하지만 이는 현대사회에 있어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소극적인 교육 방식이죠." 종신 스님은 이제 불교 교육도 단순히 듣는 방식에서 벗어나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등 세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교 교육에도 교육공학을 도입, 교육 방식도 효과적으로 가야 한다는 것. 결국 팔만대장경 내용도 아동과 청소년, 청년, 중년, 장년, 노년 등 연령대별로 나눠 맞춤식 교육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종신 스님은 "앞으로 마음밭에 씨앗을 심듯 부처님 말씀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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