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발로 뛰고… 자료 찾고… 기사 쓰고… "나는 기자다"

계성중·덕희학교 신문반 생생 신문체험

대구 계성중학교 신문학습반 동아리 학생들이 4일 매일신문사 2층 교육실에서 열린
대구 계성중학교 신문학습반 동아리 학생들이 4일 매일신문사 2층 교육실에서 열린 '나도 기자다! 생생 신문체험' 교육을 받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덕희학교 학생들이 서너 명씩 짝을 이뤄 약령시 한의약문화관, 계산성당, 상화고택 등을 찾아 취재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덕희학교 학생들이 서너 명씩 짝을 이뤄 약령시 한의약문화관, 계산성당, 상화고택 등을 찾아 취재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계성중, 덕희학교 학생들이 직접 만든 신문.
계성중, 덕희학교 학생들이 직접 만든 신문.

이달 4일 오전 9시 매일신문사 신문전시관. 이곳을 찾은 대구 계성중학교 신문학습반 동아리(지도교사 김경애) 1학년 학생 22명이 총총한 눈빛으로 신문의 구성과 취재 및 편집에 관한 사항을 알려주는 전시관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들은 매일신문사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나는 기자다-생생 신문체험'에 나선 학생들. 청소년들이 신문 편집회의부터 취재, 기사작성, 편집, 신문 콘텐츠 활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체험케 함으로써 신문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활용 능력을 높이고 신문과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된 것.

◆재래시장, 상화고택…발품 파는 취재 경험

학생들은 1시간가량의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진 뒤 정경부, 문화부, 스포츠부, 사회부, 사진부 등으로 나눠 '미니 편집국'을 꾸렸다. 각 부서별로 진지한 회의를 거쳐 기사 주제와 취재 장소 선정 등이 이뤄졌다. 이날 계성중 학생들이 결정한 기사 아이템은 상화고택, 서문시장에서 본 대구경제, 프로야구 오승환 선수 인터뷰 등. 오승환 선수 인터뷰는 인터넷 자료 등에서 발췌한 자료를 갖고 가상해서 기사를 만들고, 나머지 기사 아이템은 학생들이 직접 취재에 나서야 한다. 바로 기자 활동 실습이다.

오전 11시 서문시장으로 향한 정경부 학생기자 4인방. 이들은 '아이들답게' 시장 내에 있는 분식집으로 곧장 들어갔다. 바로 떡볶이 1천원, 호떡 하나씩을 주문하고, 주인 아주머니에게 요즘 장사가 어떠냐고 물어봤다. 학생들은 날카로운 '기자의 시각'으로 상인이 전하는 시장의 경기 상황을 살핀다. "요즘 장사가 너무 안 된다"는 상인의 답변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화고택을 찾은 문화부 기자들은 안내인에게 '하루에 몇 명이 다녀가느냐' '상화 선생이 얼마 동안 이곳에 살았나' 등 진지한 질문을 했다. 학생들은 답변을 놓칠세라 인터뷰를 녹음하는 꼼꼼함도 보였다.

취재를 마친 학생들은 '편집국'으로 돌아와서 기사를 작성하고, 지면 편집에 들어갔다. 서문시장 경기에 관한 기사를 톱으로 정하고 헤드라인 선정에 고민을 거듭했다. 전반적으로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상인의 말을 들은 터라 처음엔 '자물쇠 걸린 지갑'을 표제로 썼다가, '재래시장 살리기, 우리도 동참해야'라는 제목으로 바꿔 1면 톱기사를 장식했다.

◆덕희학교 "장애학생 사회 참여 교육에 만족"

5일에는 특별한 학생들이 '생생 신문체험'에 나섰다. 정서'행동장애아 특수학교인 대구 덕희학교 학생 14명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 이들은 고교과정을 거친 후 직업훈련 코스인 전공과 학생들로 신문사 부서에 맞춰 서너 명씩 짝을 지었다. 다만 여느 학교 학생들과는 달리 기사 아이템을 정해주었고, 인솔교사와 미디어 강사들이 기사 작성에 도움을 주었다. 학생들은 부서별로 약령시 한의약문화관, 계산성당, 상화고택 등을 찾아 나섰다.

매주 성당에 나간다는 권동현 군은 특히 계산성당에 관심을 보였다. 권 군은 성당 내에 있는 어른들에게 나아가 '계산성당이 얼마나 오래 됐는지' '교황이 이곳에 방문 했는지' 등을 묻고 수첩에 적기도 했다. 인솔을 맡은 덕희학교 지명근 교사는 "장애 아이들이 자기가 먼저 다가가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기자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직접 사진도 찍어 보고,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본다는 것에 매우 즐거워 한다"고 말했다.

평소 만화그리기를 좋아하는 박성혜 양은 학생만평 코너를 통해 '짱구' 캐릭터로 솜씨를 뽐냈다. 박 양은 이번 체험에 참가하지 못한 자신의 친구 수진에게 "계속 사이좋게 지내자"며 우정의 메시지를 보냈다.

"처음에 이곳에 오기 전 '아이들이 잘해 낼 수 있을까'걱정했다"는 덕희학교 이성하 교사는 "진로직업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직업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그 직업의 주인공이 되어 체험해 봄으로써 사회를 더욱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며 만족해 했다.

학생들의 '하루 기자되기'에 대한 유쾌한 반응은 교육을 마친 후 작성하는 설문지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참 재밌고 즐거웠습니다" "컴퓨터로 사진을 찾는게 좋아요" "고맙습니다"라고 또박또박 눌러 쓴 학생들의 답변에서 그들의 순수함이 묻어났다.

'생생 신문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국언론재단 미디어 강사 김선미 씨는 "자신의 학교 이름을 제호로 사용하는 신문 한면이 나오면, 학생들의 표정에서 진짜 기자가 된 듯한 뿌듯함이 느껴진다"고 귀띔했다.

매일신문 문화사업국 정진국 국장은 "신문제작 체험을 통해서 미래의 잠재독자 저변을 확대한다는 데서 본 프로그램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서 아울러 "청소년들의 신문 친화적인 문화 조성과 창의적인 학습문화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기자다' '생생 신문체험' 프로그램은 지역 10개 학교 약 3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15일까지 계속된다.

이석수기자 s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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