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렸다는 딸내미의 이야기에 귀가 항아리만해진 마누라를 따라서 기어이 대구청소년수련원으로 들어섰다. '마당을 나온 암탉'(2011) 놀이판이 한바탕 펼쳐진다. 마당을 뛰쳐나와 벌판 너머로 치솟는 청둥오리의 날갯짓에 아이들은 자지러지고, 품안의 자식이 훨훨 날아간 빈 하늘만 쳐다보고서 돌아서는 암탉의 뒷모습에 엄마들은 구석구석에서 눈물만 훔치고 있다. 터져 나오는 탄성과 잦아지는 탄식 사이에서 꽁지 빠진 수탉마냥 눈만 껌뻑거리고 있을 수밖에는.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0년 초판 발행 이후 10여 년 넘게 이어온 스테디셀러이자, 누적판매 100만 부를 훌쩍 뛰어넘은 베스트셀러인 황선미의 동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정감 넘치는 우포늪을 배경으로 하여, 결코 넘치지 않는 맛깔스러운 양념을 곁들여 뚝심 있게 그려낸 오성윤 감독의 만화영화다.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알을 품을 수 있기를 꿈꾸는 암탉 '잎싹'과 알을 깨고 나와 더 넓은 스스로의 하늘을 열어가려는 청둥오리 새끼 '초록'이 빚어내는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잎사귀는 꽃의 어머니야. 숨쉬고, 비바람을 견디고, 햇빛을 간직했다가 눈부시게 하얀 꽃을 키워내지." "엄마, 이상해.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뭔가 다가오고 있어. 엄마, 왜 이렇게 가슴이 뛰지?" 위대한 모성애와 아릿한 성장통이 씨줄과 날줄로 얽히면서, 아름답게 때로는 아프게 어우러진다.
할리우드 작품들의 경우 대개 이분법적인 선악구도를 따르지만, 자연 속의 삶에서 일방적인 선악은 없다. 세상의 삶이 간단치 않고, 사람들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는 걸 어렵지만 알려주고 싶었단다. 영화가 시종일관 즐거울 수도, 마냥 밝을 수만도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는 감독의 설명에도 못내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알을 품고자 하는 소망과 알을 깨고 날아오르려는 열망이 함께 엇갈리고, 삶과 죽음이 뒤엉키면서 비로소 더 큰 생명으로 피어나는 아득한 광경 앞에 올망졸망 앉아있는 아이들의 까만 눈망울만 떠올리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는 존재라고 생각하나요? 천만에요. 얼마나 역동적이고 유기적인 존재인데요. 동화는 아이들에게 예쁜 걸 보여주고 착한 아이들을 만들기 위해서만 있는 게 아닙니다." 작가의 따끔한 일침을 스스로 부른 셈이다. 묻지도 않은 일방적인 모범답안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또박또박 말대꾸도 하게 하란다. 유치하고도 빛나는, 때로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엉뚱한 질문과 질문들을 주고받는 가운데, 비로소 온전한 이해와 사랑이 피어난다. 알에서 깨어 나와, 발에 묶인 끈마저 떨쳐버리고서 마침내 제 날개로 훨훨 날아가는 아름다운 새가 된다고.
송광익 늘푸른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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