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잘못된 건강정보

어느 모임에 갔다가 오랜만에 만난 사모님이 "오늘 턱에서 소리가 나서 구강내과에 다녀왔어요"라고 했다. 턱에서 소리가 나는 악관절 장애는 환자 입장에서 어느 병원으로 가야 치료가 되는지 헷갈리는 질환이다. 턱에서 소리가 나지만 귀에서 들리므로 이비인후과에도 가고, 턱뼈에 문제가 있다고 정형외과에 가는 환자가 있는데 구강내과에 갔다고 해서 "치료는 잘 됐나요?"라고 물었다.

"별 치료는 없고,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을 피하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정말 특별한 치료는 없나요?"라고 오히려 되물었다. 그래서 언제부터 턱에서 소리가 났냐고 물어보니 우연히 '껌을 씹으면 치매가 예방된다'는 말을 듣고 그 정도라도 실천해서 치매를 예방해 보고자 열심히 껌을 씹었더니 턱에서 소리가 났다고 했다. 이런 경우는 껌씹기로 인한 과도한 턱운동이 원인이므로 씹는 운동을 조심하는 것이 정확한 처방이 된다.

살면서 이렇게 건강하려고 한 행동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물론 씹기 운동이 뇌의 혈액순환을 좋게 해서 뇌세포의 퇴화방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보고는 있다.

하지만 치매예방을 위해 껌씹기를 처방하는 의사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 경우에도 나이가 들면 유연성 강화운동이 필요하다는 정보를 접하고는 동네 헬스장에 가서 장대를 어깨에 끼우고 열심히 돌리다가 며칠 만에 몸져누웠던 기억이 있다. 사람마다 자기 몸의 특성과 한계가 있을텐데 자기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남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무리하게 몸을 굽히고 돌리다가 생긴 병이었다.

최근엔 감자가 고혈압을 낮춘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접하고 감자를 먹을까 말까 고민 중이다. 감자는 대표적인 고 탄수화물 음식인데다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전환되는 속도도 빨라 비만의 주범으로 인식돼 왔다. 이때문에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감자 대신 몸 안에서 지방으로 잘 축적되지 않는 고구마를 더 많이 먹을 것을 주로 권해 왔고 나도 언젠가부터 감자를 좋아하지만 일부러 먹지 않았던 식품이었다. 그런데 비만 환자들이 감자를 매일 꾸준히 먹으면서도 살이 더 찌지 않을 뿐 아니라 혈압도 낮출 수 있었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할 지 이 또한 헷갈린다.

지금은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건강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의학적인 판단기준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많은 정보가 도리어 해가 되고 있다. 잘못된 의학정보도 있을 수 있고, 광고성 정보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상식이나 무분별한 정보에 근거하지 말고 쉽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주치의를 정해서 건강정보에 대한 검증을 통해 자기만의 맞춤형 건강관리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 같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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