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흑색종

몇달새 쑥쑥 "어, 발바닥 점이 왜 이렇게 커졌지"

악성 흑색종은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세포 또는 모반세포(속칭 검정사마귀, 검은 점, 푸른 점이라고 하는 색소성 모반을 구성하는 세포)가 변화해 생기는 피부암이다. 이들 세포가 존재하는 부위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다. 신체 부위 중 피부에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아울러 피부암 중에서 악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매우 드문 피부암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만 해도 453명이 발병했다. 인구 10만 명 당 한 명꼴이다. 흔한 위암이나 간암 등에 비해 관심 밖에 있었다. 최근 매년 발생률이 늘고, 사망률도 전체 암환자의 0.4% 정도를 보이고 있다.

◆흑색종 발병 3년 만에 숨지기도

몇 해 전 암이 온 몸에 퍼져 결국 숨을 거둔 조모(43) 씨. 증상이 시작된 곳은 전혀 예상치 못한 부위였다. 숨지기 2년쯤 전 오른쪽 엄지발가락 아래 쪽에 지름 4㎝ 정도의 검은색 판이 생겼다. 궤양(상처가 생기고 헐어서 피가 나기 쉬운 상태)과 결절(작은 혹처럼 튀어나온 상태)을 동반한 상태였지만 그다지 통증이 심하지 않아 '곧 낫겠지'하며 방치해 두었다.

하지만 검은 색 판은 낫기는커녕 점점 커졌다. 처음 발생 후 일년이 지나서야 조 씨는 대학병원 피부과를 찾았다. 그 곳에서 발바닥 검은 판의 조직을 떼내 검사한 결과,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 흑색종' 진단을 받게 됐다.

진단 후 한 달 뒤 몸 전체의 암을 찾아내는 PET-CT 검사를 했더니 오른쪽 사타구니 쪽에서 역시 작은 암 조직이 발견됐다. 며칠 뒤 조 씨는 오른쪽 발바닥에 생긴 흑색종을 제거하는 광범위 절제수술을 받았다. 아울러 오른쪽 사타구니 근처에 있는 림프절 일부를 떼내 조직검사를 했다. 역시 암이었다. 곧이어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하지만 넉달 뒤 PET-CT 검사를 했더니 뼈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항암제를 추가 투여했지만 간과 비장에 전이되고 폐렴까지 생겨 결국 이듬해 6월 숨을 거뒀다.

◆말단흑색점 흑색종 한국인에게 가장 흔해

가장 중요한 발병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과 자외선 노출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동양인의 경우, 특히 햇빛과 무관한 부위인 손'발바닥이나 손'발톱에서 발생률이 가장 높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원인은 알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악성 흑색종이 잘 생길 수 있는 위험요소로는 가족력, 몸에 여러 개 점이 있는 경우, 손'발바닥에 비교적 큰 점(1㎝ 이상)이 있는 경우 등이다.

악성 흑색종의 종류에는 말단흑색점 흑색종, 표재확산 흑색종, 결절 흑색종, 악성흑색점 흑색종이 있다. 말단흑색점 흑색종은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에 가장 흔한 유형이다. 손'발바닥에 갈색 또는 흑갈색을 띄는 색소반이 수년 또는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짙어지며, 중앙부에 종괴 또는 궤양이 생긴다. 손'발톱이 검게 두꺼워지고 부러지는 손'발톱 흑색종도 여기에 속한다.

표재확산 흑색종은 백인에게 가장 흔한 형태다. 남자는 등에, 여자는 다리에 주로 생긴다. 황갈색이나 흑색 등 다양한 색조를 띄며 경계가 불규칙한 형태를 가진다. 결절 흑색종은 한국인에는 매우 드문 형태다. 비교적 빠르게 성장하는 흑청색 혹은 흑갈색의 결절을 보인다.

악성흑색점 흑색종은 60~70대 노인의 햇빛 노출 부위인 얼굴에 잘 발생하는 유형이다. 한국인에는 가장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규칙한 경계를 보이는 갈색반이 수년에 걸쳐 서서히 주변으로 퍼져서 커다랗고 다양한 색조를 띠는 색소반을 이룬다.

◆불규칙하고 여러 색깔을 띤 점은 의심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징이 생길 때 흑색종을 의심할 수 있을까? 2008년 개정된 피부과학 교과서에 따르면 악성 흑색종의 진단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5가지 사항(표 참조)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흑색종이 처음 생기면 흔히 점이라고 판단해 무시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점의 특징은 모양상 둥글고 대칭적이며, 경계가 매끄럽고 규칙적이다.

그러나 악성 흑색종은 점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띈다. 모양이 불규칙하고, 경계가 매끈하지 못하며, 색상도 갈색, 검은색, 붉은색이 함께 섞여 있다. 특히 흰색이나 푸른색이 보인다면 흑색종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흑색종은 느리게 커지는 점과 달리 수개월이나 1~2년 사이에 점이 부쩍 커지며, 헐어서 피가 나고 딱지가 안고, 가렵고 아프기도 하다.

악성 흑색종은 진행돼 두께가 깊어질수록 수술로 잘라내야 하는 영역도 넓어지고, 치료효과도 나빠진다. 그만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진단에는 피부 조직검사가 필수. 진단과 동시에 병변의 두께를 측정해 임상병기(1~4기)를 결정한다. 이후 가까운 림프절로 전이됐는지, 혹은 먼 장기로 전이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와 PET-CT 등의 검사를 한다.

◆수술로 완전 절제해야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수술로 완전 절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종양 두께에 따라 0.5~3㎝의 주변 정상조직을 포함하는 절제가 필요하다. 종양을 잘라내는 동시에 전이가 의심되는 림프절 부위의 감시림프절(가장 먼저 전이가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림프절)만을 선택적으로 조직검사한다. 이를 통해 전이가 확인되면 해당 부위의 광범위한 림프절 제거술을 한다. 주로 1기 후반~3기 사이에 해당한다. 2기 후반~3기의 환자들은 수술과 림프절 절제술 외에 면역요법 치료도 시행한다.

2기 후반인 경우 인터페론-알파를 이용한 면역요법을 추가적으로 시행한다. 이는 환자별로 용량이 결정되며 총 12개월간 투여한다. 혈구 감소증, 발열, 무력감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시행 초기에는 입원해 정맥주사요법을 사용한다. 이후 1~2주 정도의 적응 기간을 거친 후 퇴원하며 이후 환자 스스로 피하주사법으로 시행한다.

마지막으로 전신에 전이가 있는 4기인 경우 항암요법을 시행한다. 그러나 이것은 완치보다는 환자의 단기적인 증상 완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 경북대병원 피부과 이석종 교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 피부의 점이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악성 흑색종일 수도 있다"며 "이상한 검은 점이 있을 때는 피부과를 찾아가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경북대병원 피부과 이석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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