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규리의 시와 함께] 찬 물새, 오랫동안 잊혔던 순간이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을 본양(허

저녁에

물새 하나가 마당으로 떨어졌네

툭, 떨어진 물새 찬 물새

훅, 밀려오는 바람 내

많은 바람의 맛을 알고 있는 새의 깃털

늦은 저녁이었어

꽃다발을 보내기에도

누군가 죽었다는 편지를 받기에도 너무 늦은 저녁

찬 물새가 툭 하늘에서 떨어지던 그 시간

나는 술 취한 거북처럼 끔벅거리며

바람 내 많이 나는 새를 집어들며 중얼거리네

당신,

나는 너무나 젊은 애인이었어

나는 너무나 쓴 어린 열매였어

찬 물새에게 찬 추억에게 찬 발에게

그 앞에 서서 조용히

깊은 저녁의 눈으로 떨어지던 꽃을 집어드는 양 나는 중얼거리네

당신,

우린 너무 젊은 연인이었어

우리는 너무 어린 죽음이었어

날씨가 서늘해지면 이런 시를 읽어요. 모든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모든 사랑은 불완전한 사랑. 당신 아름다웠고 나 충분히 진실했는데 시절이 우릴 떠밀었어. 시대가 우릴 질투했어. 고통이라 말하지 않는 욱신거리는 통증, 실패한 사랑을 죽은 새처럼 집어 들고 중얼거리지. 우린 너무 젊었어. 너무 어렸어. 그래서 사랑을 죽게 했어. "아, 문학 영원한 가려움이여! 내 마음 속에는 부스럼 같은 것이 있다. 그것은 끊임없이 나를 아프게 하는데, 나는 황홀하게 그것을 긁는다."(플로베르) 시의 부스럼 딱지, 가라앉을 때가 되면 긁어대어 덧나게 하는 그 붉디붉은 열정을 누가 황홀하다 했을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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