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브랜드 가치를 일깨워준 스티브 잡스

한시대의 창조적인 거인 스티브 잡스가 갔다. 그의 이름대로 우리에게 많은 일거리(Jobs)를 남겨두고 홀연히 무대에서 사라졌다. 세계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애도하고 또 가슴에 새기며 기억하려고 한다. 그가 창업한 글로벌 기업 애플의 장래도 갑작스런 스티브 잡스의 운명으로 염려와 불안감이 감돌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그만큼 그의 빈자리는 크다.

언제나 갈망하라, 그리고 우직하라, 실수를 빨리 알아채고 인정하라 등등 그가 남긴 주옥같은 말들이 연일 세계인의 교훈으로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경영학자 스탠 데이비스가 "미래의 부는 개별적이며 무형적인 것이 대부분이 될 것이다"고 한 말이 기억나는 가운데, 스티브 잡스는 정말 그렇게 개별적이며 무형적인 상품을 우리에게 창조해 주고 갔다. 아마도 오랜 세월 그의 이름은 한 인간이 압축적이며 열정적으로 살다간 가장 위대한 업적을 상징하는 브랜드 가치로 남을 것이다. 명석함, 열정, 신비감 등 그를 상징하는 재능적 인격적 콘텐츠를 그의 이름에 담은 채 오래오래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게 될 것이다.

정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요즘 정치 현장에서도 정당도 없고 조직도 없이 시민사회로부터 개인적인 활동을 하던 명망가들이 이름을 앞세우며 국가 리더십의 대안으로 떠오르거나 또는 직접 정치판에 뛰어들어 광역단체장에 도전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힘의 범위는 개인 단위이면서도 그들의 힘은 대중의 가슴에 그동안 새겨진 이름값에서 나오는 듯하다. 이 역시 다름 아닌 브랜드 가치라고 보아야 한다.

20세기 들어 현대국가의 역량과 힘이 강해지면서 국가 단위로 명멸하던 명성에도 점차 변화가 있어 보인다. 이젠 선진국으로 갈수록 국가 단위의 이름이 드러나기보다는 글로벌 도시로 성장한 주요 도시의 이름이 브랜드화해 가는 모습을 본다. 이제는 일상 속에서 영국을 언급할 기회보다는 런던을 말하는 일이 훨씬 많아지고 있으며, 프랑스도 파리가, 일본은 도쿄가, 미국은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시애틀 등 주요 도시들의 브랜드가 국가 명성을 뒷받침해 주는 인상을 받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서울이야 그런대로 한국의 수도로서, 또한 국제도시의 하나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 뒤를 이어 부산이나 대구가 한국의 대표도시 중 하나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쯤에서 대구는 과연 도시 브랜드가 어떻게 알려져 있으며, 어떤 이미지로 표현되어지는지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과거만 해도 대구는 교육, 의료, 상업, 도시공업 등의 다양한 도시기능을 십분 발휘하면서 내륙도시의 중심 아이콘 같은 이미지가 우리 국민들 사이에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대구의 도시 브랜드는 그저 그렇고 그런 브랜드로 주저앉은 인상을 가지게 한다.

물론 요즘 대구는 메디컬 도시 등을 부각시키며 다시금 도시 특성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도시의 유서 깊은 역사성이나 지정학적 미래가치로 볼 때 상당히 미흡한 노력이라고 본다. 하버드 대학의 글리저 교수가 주장했듯이 도시는 경제성장과 문명의 진보를 이끄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우선 대도시로서의 자신감이나 위용이 드러나는 도시 이미지를 찾아내고 이를 브랜드 가치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글리저 교수는 이에 덧붙여 도시는 아이디어가 솟아나고 사람과 기업이 힘을 합쳐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는 곳이라고 했다.

정말 그렇다. 도시는 국가의 성장동력이고 국가의 실체이고 국가의 핵심 콘텐츠이다. 따라서 미래 도시는 숙련되고 창의적인 시민들이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개인이나 작은 사업체들이 역동적으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개방적이고 참여적인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대구는 한국의 대표도시는 물론, 아시아의 중심도시로서 도시 매력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 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어떤 의미 있는 도시 활동들이 다양하고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살아나는 도시의 인프라를 다듬어가면서, 대구를 다시 자랑스럽고 가슴 설레는 도시 브랜드로 부활시켜야 한다.

엄길청(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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