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rebate)는 원래 제조업체가 상품 판로를 계속 유지할 목적으로 거래 실적에 따라 거래처에 영업이윤을 배분하는 행위다. 장기 계약이나 대량 계약 구매자를 우대하는 특별 할인 제도의 일종인데 구미(歐美)에서는 흔히 쓰는 상거래 방식이다. 심지어 리베이트 관련 사항을 계약에 명문화하는 경우도 있다. 도입 취지 그대로 해석하자면 거래 당사자에게 정당한 이유로 돌려주는 '보상금' '사례금'인 셈이다.
리베이트로 주는 사례금의 성격이 변질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킥백'(kickback)이라고 부른다. 어떤 대가를 바라거나 계약의 답례로 건네는 '뒷돈'이나 '뇌물'을 뜻한다. 이는 고액 또는 대량 거래에 따른 위험을 보상하는 측면도 있지만 가격 담합과 조작 등 이면 약정에 따라 주고받는 수수료의 성격이어서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리베이트와 킥백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도 있으나 최근에는 모두 '뇌물'을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국 운영비를 둘러싸고 의사들이 주먹다짐을 벌여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제약회사로부터 받은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나눠 가지는 문제를 두고 다툼이 일어서다. 의국 운영비가 어디에 사용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대단한 일이나 그다지 의미 있는 곳에 쓰일 것은 아닐 터다. 우수리 몇 푼 더 챙기겠다고 동료끼리 멱살잡이를 했다는 것은 본인 체면은 물론 의사의 이미지마저 스스로 깎아내리는 짓이다.
정부가 병'의원의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쌍벌제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규제하거나 처벌하고 있지만 여전히 숙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의사들이 리베이트의 달콤한 맛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이나 의사 입장에서는 이러저런 용도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비자금이기에 없으면 그냥 아쉬운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말이다. 의사들이 난투극까지 벌일 지경이라면 대략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약품 거래를 둘러싼 음성적인 사례비는 약값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점에서 리베이트로 건네지는 금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환자의 부담은 커진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비싼 약값까지 부담해야 하는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리베이트가 독약과 다를 바 없다. 의사 호주머니에 리베이트가 쌓일수록 환자의 고통은 더 커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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