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한 명이 학교에서 4시간 동안 평균 385번의 욕을 하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지적이 나오자 교과부가 욕 많이 하는 학생들을 학교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 입시 때 학교장 추천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어제가 한글날이었지만 아이들의 언어가 갈수록 희화화돼 가고 국적 불명의 신조어(新造語)와 암호화된 비속 약어(略語)가 범람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따라서 어떤 정책이든 대책이 나오긴 나와야 할 때라는 데는 공감이 간다. 그러나 욕설 대책에 입시 벌칙을 끼워 넣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정책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욕설과 입시를 엮어 벌주겠다는 교과부의 대책에 대해 어린 네티즌들이 또 어떤 풍자와 비유로 비꼬고 나올지 모르겠지만 뭔가 앞뒤가 안 맞는 책상머리 정책임엔 틀림없다.
언어 교육도 결국은 교육적인 환경의 변화가 열쇠다. 맹자 시대처럼 사는 동네만 옮기면 되던 시절과는 세상이 바뀌었다. 맹자 어머니가 지금 같은 카카오 톡 시대에 맹자를 키웠다 쳐보자. 아마도 이사를 열두 번 가봤자 속수무책이었을지 모른다. 바뀐 세상에는 바뀐 교육 환경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욕을 입에 달고 다니는 현실의 근본 원인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오염된 언어 환경이 첫째 이유다. 욕이 튀어나올 만한 짓을 보여주고 있는 어른 세계의 정치'사회적 부패 부조리도 물론 한몫하고 있다. 교과부의 욕설 처벌 대책은 마치 언어 환경은 온통 시커먼 먹물 통처럼 만들어 두고 그 속에 빠져있는 아이들에겐 '너희는 손끝 하나라도 검어지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언어는 1차 교육기관인 집안에서, 1차 교사인 부모에게서부터 배우게 된다. 필자는 가끔 주부대학 같은 자리에 나갈 기회가 있을 때 부모들부터 '완성된 문장'으로 대화하라고 당부한다. 주어가 있고 동사, 목적어와 부사나 형용사가 들어간 말을 하라는 뜻인데 그런 대화 속에서 교육돼야 아이들의 사고력과 표현력이 길러진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남편이 '재떨이!' 하면 부인이 '여 있구마!'라는 단문단답(短問短答)형 대화가 오가기 쉽다. '내다! 아~들은? 밥 묵었나? 자자!' 식의 대화를 듣고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논리나 사고력이 담긴 언어 능력이 키워지지 않는다. 가정에서는 어릴 때부터 단답식 어법만 길러놓고 고3 때 가서야 부랴부랴 비싼 돈 들여가며 논술 과외 시킨다고 난리 치지만 그땐 이미 늦다. 단답식 대화에 젖어온 세대는 오히려 카카오 톡이나 휴대폰 문자통신에는 딱 들어맞게 돼 있다.
아이들 욕설 문제는 결국은 어른들이 자초한 사회문제인 것이다. 청소년 관람 가(可) 영화를 보자. '이런 게 교육이면 뽕이고, 이게 학교면 니× 뽕이고 우리가 어른이면 니기× 뽕입니다.' '글러브'라는 12살짜리 관람 가 영화에 나오는 대사(臺詞)다. '위험한 상견례'란 영화 속 대화는 더 심하다. '×빠빠, 쌍놈의 ×탱구리….' 어른이 만든 청소년 관람 가 영화에 욕설과 비속어가 나오는 빈도는 지난 10년 사이 2.4배나 더 늘어났다. 영화 한 편당 욕설이 45회꼴로 나온다.(고려대 윤영민 교수의 논문 '욕설로 대화하는 한국 영화')
흥행 돈벌이를 위해 자극적인 비속어를 집어넣어 잇속 차리는 어른들의 사이비 예술 장사는 눈감아주고 아이들 입만 '입시 벌준다'며 틀어막으려는 건 정책이 아니다. 스마트폰 카카오 톡 세계도 예외가 아니다. '욕하는 고양이' 시리즈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욕구 불만 분출을 자극시키고 있다. '비 ×나게 오네. ×발 이거 이거'는 이미 낡은 버전이고 전라도 사투리 욕, 강원도 욕설, 충청도'경상도'제주도 사투리 욕까지 무진장 퍼져 있다. 욕설 영화에다 욕하는 고양이까지 나서서 팔도 육두문자를 다 가르치고 있는데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이 무슨 재주로 그 유혹과 호기심을 이겨낼 것인가.
NIE 교육한답시고 보여주는 신문에는 선생님의 대장 격인 교육감들이 돈에 엮여 감옥 가는 이야기만 나오고… 그런저런 나쁜 건 다 보여주면서 '어른들은 욕할 것 다 해도 너희들은 똑바로 하고 있어라'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짓 교육에 요즘 애들이 쉬 넘어갈까? 세상은 사방 욕으로 도배하다시피 해놓고 욕 따라 배운다고 입시 체벌 주겠다는 어른들에게 이런 문자나 안 보내면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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