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대구 동구 도동 측백나무 군락지 앞. 폭 2.5m에 불과한 도로에 중형 화물차량들이 시속 60㎞가 넘나드는 속도로 쌩쌩 달렸다. 도로 건너편 측백나무숲과 50여m 떨어진 곳을 지나던 관광객들이 인도를 따라 서 있는 20여 개의 전신주와 고압선 등 전선 수십 가닥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직장인 박모(46) 씨는 "천연기념물 1호 앞에 전신주가 왜 이렇게 많은지 이해가 안 된다. 혹시라도 번개가 치거나 전류가 잘못 흐른다면 화재가 발생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천연기념물 1호인 대구 동구 도동 측백나무숲이 보기 흉한 주변 경관에다 좁은 도로 때문에 관광지 구실을 못하고 있다. 도동 측백나무숲은 한반도 최남단에서 자라는 측백나무 군락지로, 1962년 천연기념물 1호로 지정됐다.
대구 동구청은 최근 관광객들과 주민들의 통행 불편 해소를 위해 30억원을 들여 측백나무숲 앞 372m 구간에 왕복 2차로 도로를 개설하고 교량과 횡단보도를 신설했다. 그러나 교량을 지난 도로가 내리막길이어서 차량들이 속도를 내기 일쑤다. 도로 구조가 왼쪽 방향 45도 각도로 꺾여 행인들은 횡단보도에서 차량 통행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도 없다. 1주일에 2차례 이곳을 찾는다는 정모(63'여'대구 수성구 지산동) 씨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몇 번이나 차에 치일 뻔했다"며 "신호등도 없고 과속방지턱도 없어 차들이 무섭게 달린다.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불안해했다.
측백나무숲에서 8년째 문화관광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구본향(58'여) 씨는"천연기념물 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은데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며 "오히려 도로가 생기기 전보다 더 위험해 졌다"고 말했다.
전신주도 관광객들에게는 눈엣가시다. 각종 전기, 통신선 수십 가닥이 측백나무 군락지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 8대째 이곳에 살며 측백나무숲 지킴이로 활동하는 김지훈 문화관광해설가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천연기념물 앞을 전신주가 가로막고 있는 광경을 보고 놀란다"며 "구청은 하루빨리 관광객들의 발길을 막는 전신주 지중화 사업을 완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측백나무숲 앞 도로는 과속방지턱을 추가로 설치하고 전신주 지중화 사업도 시청, 문화재청, 한전과 계속 협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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