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정작 주인공(후보)보다는 '지원군'에 관심과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범야권 단일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의 직접 요청만 있다면 생각해 보겠다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주인공 아닌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차기 대권주자의 예선전이라는 해석도 분분하다.
◆박근혜 "국민 고통 해결"
"나경원 후보를 돕겠다"고 밝힌 박 전 대표는 13일 10'26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지원유세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을 돌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구청장 재선거가 열리는 부산 동구는 영남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박 전 대표의 필수 코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 전 대표는 9일 오전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을 찾았다. 재보선 지원 약속을 한 뒤 첫 지역 방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달성군민운동장에서 열린 '달성군민의 날' 행사에 참석, 축사를 통해 "요즘 여러분이 피부로 느끼고 계시겠지만 지금 우리나라가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참 고민이 많다"며 "오늘 군민의 날을 맞아 정치의 본질을 다시 생각한다. 달성군의 주인은 달성군민이고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정치가 할 일은 주인인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모든 일을 해야 하는데, 정치가 부족함이 많았다"며 "이제 정말 정치가 해야 할 본질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며 "달성의 발전을 위해 여러분께 약속했던 모든 것들을 끝까지 챙겨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재보선이 끝난 뒤에도 '국민 고통 해결'을 기치로 정치 행보를 적극 이어가며 자신의 정치 색깔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개회식을 마치고 각종 행사장과 읍'면별 응원단 천막부스를 일일이 방문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대구 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을 받은 강성호 후보의 인사를 받고는 "꼭 당선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지역유지 40여 명과 1시간 가까이 오찬을 하면서 환담을 나누고 운동장 건너편에 있는 사회복지회관에 들러 20여 분 동안 김문오 군수로부터 지역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상경했다.
◆안철수 "박원순 후보는 내가 믿는 분"
안 교수도 9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자신의 최측근인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자기혁명' 사인회장에 나타났다.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9월 10일 대구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박 원장과의 청춘콘서트 이후 처음이다.
안 교수는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에 대해 "제가 믿는 여러분들 중 한 분"이라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열심히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재확인이었다.
안 교수는 최근 정치권이 박 후보의 도덕성 검증에 나서며 일종의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는 데 대해 "예전 선거와 똑같은 양태로 가는 걸 시민들이 바라겠는가. 과연 그런 모습을 원할까, 네거티브는 아니다. 오늘 오신 김에 물어보시라"며 "정치하는 분들이 아직 모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박 후보를 도울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식적인)요청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요청이 오면 돕겠느냐"는 질문에 "그때 가서 고민해 보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에둘러 말씀하실 분이 아니다. (필요하면) 직접 말할 것이다"며 신뢰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처럼 박 후보 지원을 본격화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 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박 전 대표와 안 교수의 대리전 구도로 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그렇게 보는 것"이라고만 답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좋은 분인 거 같다"면서도 "정치적, 역사적으로는 생각해본 적 없다"고 여지를 남겨 두기도 했다.
한편 박경철 원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안 교수는) 제가 제일 믿고 존경하는 분"이라며 "어떤 선택이든 그분의 선택을 존중하겠다. 그만큼 신뢰하고 존중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달성'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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