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시내버스 기사채용 '검은 거래'

준공영제 도입…'뒷돈' 5천만원까지 올라

전직 택시기사인 A씨는 "시내버스 기사가 되기 위해 수천만원을 들였다"고 했다. 불황 탓에 택시 운전으로는 생계가 막막했던 A씨는 대구시내 모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 등에게 수차례에 걸쳐 향응을 제공했다는 것. 그는 "술접대만으로는 부족해 개인택시 면허를 팔아 마련한 3천만 원을 건넨 뒤에야 취업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대구 시내버스 기사 채용 과정에 거액의 뒷돈이 오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내버스 업체들은 취업을 미끼로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10일 시내버스 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대구시내 모 버스업체의 경우 입사를 하려면 보증금 5천만원을 내야 한다. 이 업체는 구직자가 돈을 내면 대신 차용증을 써준다는 것. 3년 전 2천만원을 받던 이 업체는 해마다 1천만원씩 보증금을 올렸고, 최근에는 5천만원까지 보증금이 올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시내버스 업체 중 3곳은 부채 해소를 명목으로 보증금을 받는 대신 차용증을 써주거나 주식 양도 증서를 내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보증금 요구는 다른 업체에서도 규모는 적지만 이루어지고 있는거으로 알려졌다. 개인택시 기사였던 B씨는 "모 시내버스 업체에 입사를 문의했더니 회사 관계자가 입사 후 각종 사고나 비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보증금 1천만원을 맡겨야 한다고 했다"며 "회사 관계자는 입사 2년 후부터 매년 50만~100만원씩 월급에 포함시켜 돌려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일부 버스업체의 경우 기사 채용 과정에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노조 간부가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간부가 회사에 채용을 권유하겠다는 명목으로 1천만~1천500만원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돈은 소개비나 접대비 명목으로 쓴다는 것. 준공영제 이전 200만~300만원이던 소개비는 준공영제 도입 이후 5배가량 올랐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시내버스 기사 C씨는"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되면서 채용 대가로 뒷돈을 주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금액도 1천만~2천만원 수준에서 현재는 3천만~4천만원 수준으로 올랐다"며 "5천만원을 주고도 시내버스 기사로 채용되려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말했다.

입사 뒷돈 거래는 2006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버스 기사가 '준공무원' 수준의 대우를 받기 때문. 임금 체불이나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걱정이 없고, 고용 안정성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시내버스 업체에 9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구시는 버스 기사 채용 과정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 시는 운송 수입금 관리와 인건비 등 원가지급, 노선 조정권 등만 갖고 개별 업체가 회사 운영과 인력 관리 등을 담당하는 준공영제 시스템이 가진 한계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국자동차노조 대구버스지부 관계자는"소문이 떠돌긴 했지만 확실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니다"며 "노조 차원에서도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내버스운송사업자조합 관계자는 "기사 채용 과정에서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서 조합 차원에서 공정성을 꾀할 수 있는 채용 규정을 만들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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