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미국 못지않은 국내 은행의 탐욕

미국 월가의 탐욕이 미국인들의 증오의 표적이 되고 있다지만 국내 은행의 탐욕도 그에 못지않다. 올 상반기 시중은행의 수익은 10조 307억 원에 달했다. 3분기 실적도 예상을 웃돌아 이 추세라면 올 연말에는 사상 최대인 2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예대금리차, 138개나 되는 각종 수수료 수입 등을 통해 이룬 실적이다.

은행들이 이자로 얼마나 수익을 올리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순이자 마진은 과거 3년간 2.7%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로 인해 국내은행의 이자 수익 비중은 무려 86.5%에 달한다. 예금금리는 후려치고 대출금리는 높이는 방법으로 국민을 쥐어짠 것이다. 수수료 수익도 천문학적이다. 우리, 국민, 하나, 신한 등 4개 시중은행이 올린 수수료 수익은 연평균 2조 5천310억 원으로 당기순이익의 57.2%에 달한다. 가히 약탈적이라고 할 만하다.

더 비난받을 것은 이렇게 번 돈을 흥청망청 써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금융업 종사자의 평균 급여는 절대 액수로는 미국보다 적지만 국민 소득 수준을 감안할 경우 미국의 2배를 넘는다. 우리나라 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2008년 금융위기 때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으로 목숨을 부지했다.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렇게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은행은 국민경제에 도움은커녕 부담만 지우는 '고리대금업자'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은행의 이런 행태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감독 당국은 오히려 은행 두둔하기에 급급하다. 감독기관의 퇴직자가 은행 임원으로 가고 그 은행 임원이 해당 은행의 보호막이 되는 은'권(銀權) 유착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다가는 은행의 탐욕을 지탄하는 분노의 시위가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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