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바벨탑 현상을 없애자

(1절) 찬성팀 입안 후(4분!), 반대팀 입안해(4분!) ~♪ / 교차질의 하나요, 3분 동안 합니다. ~♫

(2절) 찬성팀 반박 후(4분!), 반대팀 반박해(4분!) ~♪ / 교차질의 하나요, 3분 동안 합니다. ~♫

(3절) 찬성팀 요약 후(2분!), 반대팀 요약해(2분!) ~♪ / 교차질의 하나요 3분 동안 합니다. ~♫

(4절) 찬성팀 반대팀 마지막 초점에 ~♪ / 초점, 초점 마지막 2분 동안 합니다. ~♫

위는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Public Forum Debate) 형식을 산토끼 노래 가락에 맞추어 개사한 노랫말이다. 원화여고에서 선생님의 연수를 위해서 개사했다고 한다. 노랫말 내용을 자세히 보면 찬성팀과 반대팀의 발언 순서와 시간(33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는 형식적 제약이 큰 토론이다. 그래서 토론자들은 순서와 시간을 철저하게 지킨다. 순서와 시간을 무시하면 감점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제대로 교차질의나 반박을 위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토론을 보면 대체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의 발언을 무시하고 발언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시간이 지나도, 사회자의 제지가 있어도 무시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한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자신의 강한 모습을 심어준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규칙이 무시되고, 경청이 배제된 토론은 말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남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것을 '바벨탑 현상'이라고 한다. '바벨탑 현상'은 성경에 나오는 용어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된 사람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모습을 말한다. '바벨탑 현상'이 있는 사회는 갈등과 반목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기회비용을 치러야 한다. 우리나라도 아직 '바벨탑 현상'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일방적인 지시와 전달만 있지, 수렴과 통합을 통한 진정한 경청과 소통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은 히틀러의 독재를 역사적 교훈으로 삼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를 매우 위험한 일로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 교육은 암기보다는 토론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발표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한다.

놀라운 교육 효과를 내고 있는 유대인들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토론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늘 다른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고 한다.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에게 부모가 묻는 첫 물음이 "오늘 학교에서 뭘 질문했니?"라고 한다.

흔히 우리는 지도자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 소통 능력을 든다. 소통이 없이는 조직의 진정한 화합과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풍토에서는 오직 면종복배만 있을 따름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권위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남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설득'조정하여 하나의 의견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권위이다. 소통 능력은 훈련을 통해서 길러진다. 우리 주변에 아직 '바벨탑 현상'이 많다. '바벨탑 현상'을 없애기 위해 소통 능력을 기르자. 디베이트로!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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