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내 금융권 성과급 잔치…도덕적 해이 논란도

올해 사상 최대 순이익

최근 미국 월가에서 '금융위기 속 돈잔치'를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며 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권에서도 성과급 잔치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수익을 거둬 연말 회계결산 이후 예년보다 많은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며, 증권업계 또한 올해 실적이 전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돼 성과급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예대마진을 높이는 방식으로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챙긴 만큼 실적에 상응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과 수협을 포함한 18개 은행은 상반기까지 10조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들 은행의 올해 전체 순이익은 역대 최대였던 2007년 15조원을 넘어 20조원 달성도 무난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성과급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모든 직원에게 월급여의 50∼150%를 연말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증권업계의 경우 2분기(7~9월) 실적은 주가 폭락 등 여파로 다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나 3분기 들어 거래량이 다시 늘고 있어 올 한 해 실적은 지난해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8월부터 폭락장세가 이어진 탓에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봤음에도 증권사들은 표정 관리에 나서야 했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단타 매매에 나서면서 위탁거래 수수료 등이 늘었기 때문이다. 증권사별로 지급 횟수와 금액은 다르지만 성과에 따라 일부 직원은 연간 수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선은 차갑다. IMF금융위기 때 자구 노력은 거의 없이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은행들이 이번에는 거액의 수익이 생기자 자기들끼리 나눠 챙기겠다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어려울 때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난 시중은행들이 자신들만의 성과급 잔치를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에 가깝다"며 "미국의 시위를 먼나라 이야기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