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경남은 2005년부터 부산신항 관할권 다툼을 벌였다. 부산신항이 부산 강서구와 경남 진해에 걸쳐 있는 탓에 서로 관할권을 주장하다 권한쟁의심판까지 갔다. 결국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가 나서 교통정리를 하고서야 정리됐다. 이는 부산과 경남이 대립한 수십여 가지 사업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대구경북은 대대로 생활권을 같이하면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동질적인 지역정체성을 공유해왔다. 경북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대구는 경북의 대구로서 통합행정권역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최근 들어 사사건건 대립하는 부산경남의 행보를 닮아가고 있다.
◆부산경남 반세기 분리의 반면교사
부산은 1963년 경남과 분리됐다. 이후 이해관계가 걸린 사업마다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양측의 대립은 심리적 저항감까지 더해져'사이 나쁜 이웃'이 됐다.
최근 10여 년간 부산경남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 ▷남강댐 식수원활용 광역상수도사업 ▷부산 신항 관할권 ▷거가대교 버스운행 경유 방식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청사 유치 ▷경마공원(부산경남경마공원) 명칭 ▷해양플랜트 계획과 부산과학기술원 설립을 두고 심한 대립과 갈등을 표출했다.
부산 측은 남강댐 식수원에 대해'맑은 생명수가 필요하다'는 부산시민의 절박함을 경남이 외면한다고 분개하고, 경남은 부산의 광역교통망 계획에 대해 '경남 땅 따먹기'사전포석으로 치부했다.
엄용수 밀양시장은 "부산경남은'형제 의식'이 어느 지역보다 강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는'사이 나쁜 형제'로 전락했다"며 "이는 소통부족과 리더들의 리더십 부재에도 원인이 있지만 오랫동안 행정이 분리되면서 나타난 구조적 문제로 행정통합없이는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한 언론인은 "작은 불화가 잦다 보니 부산경남 간 오해와 앙금이 많이 쌓였고 서로 상대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양측 리더들이 자기 지역 이해에 매몰 돼 갈등해결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북도청 이전 후 대구경북은
동남권신공항,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전에서 잇달아 좌절한 대구경북은 경북도청 이전과 함께 결속력이 더욱 약화 되고 경제가 약화 될 것이란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안동, 영주, 문경, 상주, 김천, 구미 등 경북 북부권의 수도권 흡수가 가속화 되고, 여기에 부산과 울산의 영향력이 경주, 포항 등 남동해 도시들을 흡수하게 된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있다.
이재훈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는"경북 북부와 경북 남동해 도시들이 대구경북 광역경제권에서 이탈하면 두 권역과 대구권 모두 300만 안팍의 규모로 축소돼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다간 대구와 경북 모두 경쟁력이 쇠락해 지방의 중소도시권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북도청 이전이 통합과는 별개 문제라지만 '통합의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2005년 11월 광주시에서 전라남도 무안군으로 청사를 이전한 전남도청 사례는 대구경북에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전남 출신의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전남도청 이전 이후'에 대해 "광주시 중심부에 있던 전남도청이 이전하면서 충장로와 금남로 상권이 악화 일로에 있고, 분산 효과로 인해 광주경제 회생이 어렵다는 여론이 많다"며 "특히 도청이 전라남도의 한쪽에 치우쳐 행정력 발휘와 주민 접근성에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경북도청이 경북 북부권으로 이전하는 문제와 흡사하고 도청부지의 후적지 개발이 논란을 일으키는 것과 닮은 꼴이다.
이 의원은 또 경제 분야에서의 '광주전남 통합'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리지만 교통, 통신, 생활여건, 환경적 요인을 따졌을 때 통합만이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고 차기 총선에서도 광주전남 통합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광주전남, 대전충남의 사례에서 보듯이 시도 통합 요구는 비단 대구경북만의 고민이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재훈 교수는 "광역경제권이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가지려면 1천만 명은 유지 돼야 한다"며 "경북도청 이전 후 경북 북부권, 대구권, 포항경주권으로 쪼개지면 자본, 인재가 이탈하는 구조가 심화 될 수밖에 없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대경권 경제가 공중분해 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춘수'서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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