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면 향수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요즘은 향수처럼 향이 가미된 가향 홍차가 유행이다. 원래 가향 홍차보다는 스트레이트 홍차를 좋아하던 필자도 현지 여행에서 프랑스 홍차의 매력에 홀딱 빠져 버렸다. 스토리가 있어 더욱 매력적인 프랑스의 홍차 말이다.
파리의 마레지구에 있는 마리아주 프레르(Mariage Freres)숍은 프랑스 홍차의 자존심이다. 앙리와 에두와르 형제가 '티 테이스터' 라는 상자를 갖고 다니며 차를 팔다가 1854년 회사를 창립한 곳이다. 2층에는 그때 쓰던 차 상자를 비롯한 골동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명성이 높다는 '마르코폴로'와 '웨딩임페리얼', '프렌치블루' 차를 세 명이 따로따로 시켰다. 20여 분이 지나, 티마스터가 최적의 상태로 우려서 보온되는 티팟에 넣어 가지고 왔다.
'마르코폴로' 차에는 자연스러운 꽃과 과일향이 풍겼다. 중국의 기몬홍차를 베이스로 하여 프랑스의 향을 덧입혔다하여 마르코폴로라는 이름이 붙여졌단다. 동서문화가 교류된 차인 셈이다. 카라멜향과 초콜릿향이 배어나는 '웨딩임페리얼'은 최고급의 결혼을 상징하며 달콤한 허니문을 연상시킨다. '프렌치블루' 차는 얼그레이 차에 블루플라워가 섞여 향긋한 느낌이 나면서 로맨틱한 프랑스 분위기를 풍긴다. 이밖에도 녹차 베이스에 꽃향기가 첨가된 '베르트 프로방스', 계피향이 첨가되고 스모키해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적당하다는 '노엘티', 루이보스를 첨가해 붉은 색을 한껏 뽐낸 '마르코폴로 루즈' 등등 참 스토리도 많다.
방돔지구에 있는 니나스(Nina's)숍은 원래 향수 만드는 회사로 출발해서 가향차를 만들게 되었다. 향수의 종류가 수백 가지인 것처럼 니나스 홍차 종류도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먼 나라에서 왔다고 가장 인기가 있다는 '쥬뗌므(Je t'aime)' 차를 맛보여 주었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니만큼, 온화함과 따뜻함으로 마음을 감싸주는 느낌에 젖게 만든다. 중국 기몬차 맛에 향긋한 바닐라향과 달콤한 카라멜향이 느껴져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기분이 된다. 니나스에는 '아담'과 '이브'라는 차도 있어 뜻에 알맞은 맛을 느끼게 한다. '햅번의 키스'라는 차는 오렌지와 초콜릿, 크림향이 조화를 이뤄 오묘한 맛을 주는데, '로마의 휴일' 영화에 나온 오드리햅번이 그려져 있다.
마들렌사원 근처의 번화가에는 포숑(Fauchon)이라는 제과점 겸 티숍이 있다. 싱그러운 사과향과 깊은 홍차의 맛이 적당한 조화를 이룬 '애플앤부르봉바닐라' 티는 포숑을 대표한다. 장미향, 꿀향, 과일향과 차가 녹아있어 달콤한 풍미를 자랑하는 '티포투(Tea for two)' 차는 막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느낄 수 있는 상큼함과 달콤함이 특징이다.
프랑스에는 작명가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이런 달콤한 이름의 차를 창조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오묘한 향에다가 매력적인 이름을 붙인 차는 사람들의 발길을 자꾸만 끌어당긴다.
박정희 (원광디지털대학 차문화경영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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