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필름통]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 '죽음'

우리말에는 유독 헤어짐에 대한 단어가 많다.

이별을 알린다고 고별, 기약 없는 이별은 결별, 인사를 나누고 헤어질 때는 작별, 윗사람과 헤어질 때 봉별(奉別)이란 말을 쓴다.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을 송별, 떠나는 사람이 남은 사람에게 작별하는 것을 유별(留別)이라고 한다. 헤어지기 싫어 소맷귀를 부여잡는 이별은 소매 몌(袂)자를 써 몌별(袂別)이라고 부른다.

또 애틋한 느낌을 주는 석별(惜別)도 있다. 무미건조한 헤어짐이 아니라 한 없이 쓸쓸하고 애절한 감정이 묻어난다.

이별(離別)의 한자를 앞뒤로 바꿔 헤어짐을 긴 호흡의 동사형으로 한 별리(別離)까지 있으니 헤어짐을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 알 수 있다.

이별 중에 가장 가슴 아픈 것이 죽음이 갈라놓는 경우일 것이다. 송해성 감독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년)의 사형수 윤수(강동원)와 그를 사랑하는 유정(이나영)의 이별이 그렇다. 무심한 오후 차 안에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수면제를 우걱우걱 씹어 먹는 유정. 벌써 세 번 째 자살시도. 그녀는 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고모의 손에 이끌려 교도소에서 윤수를 만난다. 그는 사형수다. 시한부 삶이지만 그는 사형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삶에 대한 미련도 없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하는 한 남자와 한 여자는 그렇게 만나 서서히 서로의 온기를 느낀다. 처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둘에게는 헤어질 시간이 다가온다. 너무나 짧았던 둘의 행복한 시간, 되돌릴 수 없기에 이들의 이별은 가슴을 적신다.

송해성 감독의 또 다른 작품 '파이란'(2001년)은 삼류건달마저 오열시킨다. 위장결혼으로 얼굴도 기억나지 않은 아내 파이란의 죽음을 수습한 강재(최민수)는 찬 바닷가에서 피눈물을 흘린다.

'그해 여름'(2006년), '국화꽃 향기'(2003년), '봄날은 간다'(2001년) 등 우리 영화는 만남의 기쁨보다는 이별의 슬픔을 그린 영화들이 많다.

'새드무비'(2005년'사진)에서는 이별대행업까지 등장한다. 백수로 지내는 하석(차태현)은 다른 남자가 생긴 여자 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받는다. 실업자에 돈도 없고 사랑마저 떠난 하석에게 사업아이템이 떠오른다. 차마 본인 입으로 이별을 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신 이별을 전해주는 사업이다. 그의 인터넷 카페에는 성업을 이룬다. 일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자신에게 이별을 알려주는 장면이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이별은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묻지만 변치 않는 사랑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아픔 없는 이별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가을의 이별이 가장 가슴 쓰리다. 그래서 최백호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라고 했을까.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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