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중순. 구미 해평습지 일대는 전년보다 줄어들긴 해도 수많은 흑두루미와 희귀 철새들이 차지했다. 지난해와 같은 시기인 12일 오후 찾은 해평습지는 철새가 한 마리도 없이 황량했다.
낙동강살리기 사업으로 습지가 많이 사라지면서 빚어진 현상. 희귀철새들이 노닐던 넓게 펼쳐졌던 모래톱은 대부분 사라졌으며, 하중도(퇴적물이 쌓여 낙동강 중간에 생긴 섬)도 강바닥을 준설하는 과정에서 많이 유실돼 더 이상 먹이를 제공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다 굴삭기가 굉음을 내며 모래를 퍼내고, 덤프 트럭들이 쉴 새 없이 모래를 실어나르는 등 어수선한 곳이 되고 말았다.
구미 해평습지는 낙동강 사업 칠곡보와 구미보 사이에 있다. 낙동강 상류의 빠른 강물이 가져온 풍부한 영양물이 침전'퇴적돼 그 넓이가 760㏊나 된다. 모래톱과 물풀 등이 어우러져 형성된 거대한 하천습지다. 낙동강 구미 숭선대교 상류 1㎞에서 숭선대교 하류 괴평리까지 7㎞에 걸친 지역이 바로 해평습지다.
해평습지는 연간 6천∼9천 마리의 재두루미와 흑두루미가 찾았다. 철새들 이외에도 독수리와 원앙, 왜가리, 백로, 까치, 황조롱이 등 텃새들도 더불어 서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미는 공업도시임에도 두루미가 찾는 청정지역이란 찬사를 받았으며 해평습지는 국내외 환경 전문가들은 물론 사진작가, 일반인들까지 앞다퉈 찾는 국제적 철새 도래지가 됐다. 덕분에 구미에서 국제 환경심포지엄까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11월부터 낙동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해평습지는 점차 제모습을 잃기 시작했다. 풍성하던 모래톱은 준설로 점차 줄어들었고 굴삭기와 트럭이 일으키는 소음에다 트럭 행렬로 두루미 등 새들이 쉴만한 공간이 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두루미 등 새들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했던 해평습지 주변 농경지들도 준설토를 쏟아붓는 리모델링 사업에 포함되면서 경작이 중단돼 새들은 먹이인 볍씨 등을 더 이상 구할 수도 없게 됐다.
환경전문가들은 "이즈미로 향하는 흑두루미는 10월 초순부터 11월 초순까지 해평습지를 찾아 휴식을 취한다"면서 "낙동강살리기 사업이 한창이던 지난해에도 예년에 비해 절반밖에 오지 않았는데 올해는 완전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이들은 "해평습지의 모래톱과 수변부 식생대가 사라지면서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한 두루미 등 철새들이 더 이상 이곳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새들에게 안정적인 먹이 공급과 휴식처를 제공하는 등 철새들의 낙원인 해평습지를 지키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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