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골퍼들 "일본으로 일본으로…" 왜?

골프시장 크고 미국진출 위한 '징검다리'

배상문, 조민규, 김도훈 등 대구 출신 골퍼들이 일본 투어에 진출, 맹활약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상문, 조민규, 김도훈 등 대구 출신 골퍼들이 일본 투어에 진출, 맹활약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에서 활약하는 국내 프로 골퍼들이 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골퍼는 10여 명으로, 특히 이들 중 대구 출신 골퍼들이 눈에 띈다.

13일부터 일본 지바현 지바시 다카노다이 골프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76회 일본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는 대구 출신의 배상문(25)과 조민규(23), 김도훈(22)이 출전하고 있다.

2009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상금왕을 차지하는 등 각종 상을 휩쓴 배상문은 일본으로 눈을 돌려 올해는 일본 투어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배상문은 8월 28일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KBC 오거스타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현재 일본 투어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조민규는 생애 첫 우승을 일본에서 일궈내는 등 일본에서 더 유명하다. 5월 국내 매경오픈대회에서 준우승한 것이 국내 최고 성적인 조민규는 국내에선 아직 우승이 없지만 8월 21일 일본투어 간사이 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일본에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김도훈은 2009년 한국 투어 신인왕 출신으로 지난해 일본 투어에 진출한 뒤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투어 상금랭킹 11위에 올랐고, 올해도 아직 우승은 없지만 준우승 등 상금 랭킹 10위권을 유지하며 꾸준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일본행'을 택하는 이유는 뭘까. 대회에 참관하는 갤러리가 많아 경기하는 '맛'이 나고 미국에 진출하기 위한 시험 무대 및 징검다리로 삼기 위한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상금 규모가 한국과는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국내 남자 골프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여자 대회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김병묵 한국골프학회 이사는 "한국에선 남자 대회의 상금이 여자 대회보다 훨씬 적다. 국내 남자 대회의 총상금 규모는 3억원 정도라 우승 상금이 6천만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여자 대회는 평균 총상금이 6억원 정도로 우승 상금이 기본 1억원은 된다. 이 때문에 남자 골퍼들의 일본 진출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며 "일본에선 우승 상금만 3억원 정도 되는 등 한국 남자 골프 대회 총상금과 맞먹다 보니 선수 수명이 한정된 직업 골프 선수로서는 상금이 큰 대회를 찾아다닐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내년엔 일본에 진출하는 국내 선수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미국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일본투어에서 상금 랭킹 3위 내에 들면 미국 PGA 퀄리파잉(Q)스쿨 1, 2차 예선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배상문이 올해 국내 대회에 거의 출전하지 않고 일본 대회에 집중한 것도 미국 진출을 위해서다. 지금까지 Q스쿨에 두 번 도전했다 모두 낙방한 배상문은 현재 상금 랭킹 상위를 달리고 있어 이번 기회에 3위 내에 들면 본선에 바로 진출할 수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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