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운동의 본질에 관한 125가지 단상'을 부제로 하고 있는 이 책은 모든 대중운동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련의 특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모든 운동이 똑같이 이롭거나 해롭다는 말이 아니라, 운동의 동기나 행위의 특징 가운데 형제처럼 닮은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닮은 구석을 '광신'이라고 규정한다.
숭고한 대의에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대체 무엇이 있는 것일까.
지은이는 대중운동이 추종자를 끌어들이는 원동력을 '대중운동이 자기발전 욕구를 충족시키서가 아니라 자기부정 열망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중운동에 대한 몰입은 자신의 가치를 발전시키려는 게 아니라, 쓸모없는 자신을 몰아내고 싶어하는 욕구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는 사람, 자기인생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서 가치 있는 목표를 찾아내지 못한다. 하여 대중운동은 자기 삶을 통째로 대체하는 무엇 혹은 삶을 견딜 만하게 해주는 무엇, 그러나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무엇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자기이익을 위해 대중운동을 이용하는 선동가도 많다. 이들은 추종자가 아니라 대체로 지도자 역할을 한다.)
'자신에게 타인을 위해 해야 할 어떤 숭고한 의무가 있다는 뜨거운 확신은 때로 좌절된 자신을 붙들어 매기 위한 길이 되기도 한다. 자기만 알던 삶에서 자기를 버리는 삶으로 바꿀 때 엄청난 자존감을 얻으리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32∼34쪽-
그래서 자기혐오에 사로잡힌 사람일수록 자신에게서 벗어나 좀 더 완전하고 숭고해 보이는 무엇인가를 추종하기 쉽다는 것이다. 또한 우연히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본 사람은 급속하게 운동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은 사라지고, 영광스러운 자신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대중운동의 가장 큰 매력은 그것이 개인적인 희망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진보라는 개념에서 '내일'이 크게 부각 되며, 대중운동은 대중을 미래라는 희망에 마취 시킨다.' 대중운동의 지도자들은 늘 '현재를 극복하면 영광스러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선동한다. 내일은 또 내일의 불행이 있음이 사람살이임을 선동가는 말하지 않고, 광신자는 외면하는 것이다. '좌절한 자들이 지도자를 쉽게 따르는 것은 지도자가 그들을 약속의 땅으로 데려다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174쪽)
지은이는 보수주의자, 회의주의자, 자유주의자 등 세 부류는 '현재를 소중히 여긴다'고 말한다. 보수주의자는 미래를 현재 모습대로 만들려고 하고, 회의주의자는 '현재는 지금까지 있었던 것과 앞으로 있을 모든 것의 총합'으로 보며, 자유주의자는 '현재를 못 쓰게 만드는 것은 미래를 불구로 만드는 것'으로 본다. 반면, 급진주의자와 수구주의자는 현재를 혐오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보는 현재는 일탈이요 기형이다. 그들은 앞뒤 재지 않고 무자비하게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으며, 기꺼이 자기를 희생하려고 한다. 차이점이라면 급진주의는 인간의 본성이 무궁무진하게 완전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수구주의는 건강하고 안정된 사회건설은 과거에 검증된 모델을 본 따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이 보는 미래란 영광스러운 과거의 복구다.'(113쪽)
지은이 호퍼는 링컨, 간디, F.D 루스벨트, 처칠 같은 지도자를 좋은 지도자로, 히틀러, 스탈린, 루터, 칼뱅을 나쁜 지도자로 꼽는다. 좋은 지도자는 좌절한 영혼을 대중운동의 재료로 삼지 않았고, 대중운동을 지나치게 길게 끌지 않으며, 적절한 시점에 종지부를 찍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좋은 대중운동은 '구체적이고 제한적인 목표'가 설정돼 있어야 하며, 숭고하고 이상적이며 모호한 목표는 극단주의가 탄생하는 둥지가 될 뿐이라고 역설한다. 호퍼는 '거리의 철학자'로 불리며 집단 동일시 심리를 파헤친 이 책 '맹신자들'(원제:The True Believer) 외에 10여 권의 사회철학서를 냈으며, 사색과 독학을 통해 세계적 사상가 반열에 올랐다. 사후인 1983년 미국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았다.
255쪽, 1만3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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