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은 대구 양말 품질이 최고죠."
도시철도 2호선 서문시장역 1번, 2번 출구에는 달구벌대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양말골목'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골목 중에는 특이하게도 대로 양쪽에 형성돼 한쪽은 중구 대신동, 한쪽은 남산동에 위치하고 있는 양말골목은 섬유도시 대구의 명성을 지켜가는 골목상권 중 하나다.
◆서문시장에서 대명동 가는 유일한 골목이 양말골목으로
지금의 골목은 동산병원과 서문시장 사이에 큰 길이 나기 전까지는 대명동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문시장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모두 이 골목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항상 사람들이 붐볐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의 화장터와 공동묘지로 가는 길이었고, 남산동 골목 쪽에는 99칸짜리 양반집이 있기도 해 역사가 깊은 골목이기도 하다.
그런 골목에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보따리 상인들이 하나 둘 양말을 팔기 시작하면서 골목에 처음 양말이 들어왔다. 1970년대 말에는 원일상회의 박정원 씨가 가게를 내고 양말소매상을 시작했고 이후로 하나 둘 상인들이 몰려들었다. 골목의 규모가 커지고 다른 지방에서도 물건을 사가면서 골목은 점점 도매상 위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원일상회 박정원 씨를 필두로 한 1세대 상인들은 큰돈을 만져본 사람들도 많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각지의 양말이라는 양말은 모두 대구에서 만들어져 양말골목을 거쳐 유통됐기 때문이다. 한 상인은 "예전 상인들은 1년에 집 한 채씩은 장만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었다"며 "대구가 섬유도시로 유명하다 보니 양말도 대구 것을 최고로 쳐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양말, 수면양말'등산양말이 대세
1980년대 골목의 최고 전성기에는 100여 개에 가까운 양말도매상들이 골목에 자리 잡고 있었다. IMF 같은 큰 고비를 넘기면서 양말 공장들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도매상들도 절반 수준인 40~50여 개 업체로 줄었다. 지금은 전국에서 소비되는 양말의 70%가량이 서울과 경기도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고 나머지 부분을 대구에서 만든다.
상인들은 "요즘은 양말을 만드는 섬유도 대부분 수입을 하는데 물건이 처음 내리는 곳이 서울경기 지역이다 보니 좋은 물건은 그쪽에서 먼저 선점한다"며 "하지만 역사가 오래된 만큼 기술은 대구가 최고"라고 입 모아 얘기했다.
양말골목은 트렌드에 큰 영향을 받는다. 몇 년 전부터는 수면양말이 크게 유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등산 열풍으로 등산양말이 인기다.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양말의 경우 재밌는 일들도 많이 생긴다. 소녀시대, 2PM 등 아이돌 그룹이 인기를 끌면서 이들의 캐릭터를 그린 양말이 잘 나가고 최근에는 한 예능프로그램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가장 잘 나가던 1박2일 출연자들의 캐릭터 양말이 폐지 논란과 강호동 잠정은퇴 등의 사건으로 갑자기 찾는 이들이 끊겨 버린 것.
한 상인은 "옷보다 더 트렌드에 민감한 것이 양말"이라며 "요즘에는 젊은 사람들이 양말을 신지 않는 게 멋처럼 여겨지기도 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전성기를 꿈꾸는 골목상인들
신남네거리를 중심으로 큰길이 나면서 골목은 예전만큼 붐비지 않는다. 그나마 남산동 쪽 골목은 인근이 재개발되면서 골목길이 넓어져 큰 트럭이 드나들기 편리하지만 대신동 쪽 골목은 구불구불하고 좁은 옛 골목길이라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옛 모습을 간직한 골목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골목을 찾은 임경진(30'여) 씨는 "서문시장역에서 내리면 일부러 큰길 대신 양말골목으로 들어온다"며 "골목의 정취가 좋아 사진기를 들고 와서 찍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금 골목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가장 젊은 세대가 50대다. 대구의 섬유경기는 살아나고 있다지만 양말공장은 수도권에 더 많고 대구에 있는 공장들은 영세한 가게가 많아 경기가 좋지는 않다. 새롭게 가게를 여는 사람이 없고 아버지 세대의 가게를 물려받는 사람도 극히 드물다.
하지만 상인들은 긍정적이다. 서문시장역 출입구에 골목 입간판이 생겨 알아주는 사람이 많아져 소매로 구입하는 사람들도 느는 추세다. 물론 도매상이 소매상처럼 낱개로 물건을 팔 수는 없지만 한꺼번에 저렴하게 사려는 사람들이 골목을 찾는다. 이 때문에 몇몇 가게들은 소매상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대신동 양말골목 번영회 이상영 회장은 "예전엔 골목이 상당히 지저분했는데 상인들이 골목을 깨끗하게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며 "예전만큼 경기가 좋지는 않지만 골목을 찾는 사람들만 있다면 다시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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