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말 도매상이지만 진열 잘해야 잘팔려"…서민혁 대왕상회 대표

"실패를 두려워하면 장사 못하죠."

남산동 쪽 양말골목에 위치한 대왕상회는 골목에서도 눈에 띄는 가게다. 양말, 스타킹, 레깅스, 속옷 등 물건이 종류별로 다양한데다 진열도 소매점처럼 종류별로 예쁘게 정리돼 있다. 대왕상회의 서민혁(50) 대표는 "도매라고 마구잡이로 쌓아놓고 장사하면 물건을 찾기도 쉽지 않고 물건을 보러오는 소매상들도 좋아하지 않는다"며 "손이 가기는 하지만 진열을 잘 해놓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가 양말골목에 처음 들어선 것은 22년 전. 군대를 갓 제대한 20대 청년은 취업을 해야 하나 기술을 배워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때마침 대신동 쪽 골목에서 양말을 취급하고 있는 친형이 양말장사를 배워보지 않겠냐고 권유한 것. "처음 4년간은 장사하는 방법을 배웠죠. 도매는 다른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다가 독립해서 나오는 게 거래처 만들기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먼저 장사를 배웠습니다."

성실한 성격의 서 대표는 점원으로 일할 때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 남보다 일찍 나오고 남보다 늦게까지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식사시간을 아끼려고 커피포트에 라면을 끓여 먹는 일도 다반사였다. 점원일 때의 습관은 지금도 이어져 대부분 오전 9시가 돼야 문을 여는 다른 가게들과 달리 서 대표의 가게는 7시면 문을 연다.

점원으로 골목에 들어와 2평 남짓한 가게를 얻어 장사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2평의 수십 배는 되는 양말도매상을 운영하는 상인이 됐다. 성실함과 함께 다양한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푸아르 패션양말'이라는 상표를 등록해 가게 제품을 브랜드화하려는 시도도 했다. "워낙 유명상표들이 많다 보니 거기에 밀려 생각만큼 좋은 반응은 얻지 못했죠. 하지만 뭐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서 대표는 여전히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에서 여러 브랜드의 상품을 들여 오기도 하고 양말뿐 아니라 스타킹, 속옷, 버선, 실내화 등 다양한 종류를 취급해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도 한다.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건 빨리 접어야죠. 안 되는 건 접고 새로운 걸 계속 시도하다가 성공하고. 그런 게 장사의 재미 아니겠어요?"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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