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른들 '승부조작'에 어린 선수들 '피멍'

초등축구리그 왕중왕전 대구 서울 초교 조작 의혹

올 시즌 국내 프로축구계에 휘몰아쳤던 '승부조작'이 초등축구리그 왕중왕전에서도 벌어진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던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달 15일 벌어진 초등축구리그 왕중왕전 64강 경기에서 대구와 서울의 초교가 승부를 조작, 서로 혜택을 누린 것으로 보고 징계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문제의 경기는 15일 오후 3시에 열린 대구 대표 4개 팀의 마지막 경기로, 대구 A초교는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져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앞서 열린 경기에서 다른 대구 대표 3개 팀이 모두 졌기 때문에 A초교는 비기기만 해도 골득실에 앞서 내년 대구 대표로 소년체전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었고, 서울 팀의 경우 32강에 진출할 수 있어 이 과정에서 승부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초등축구리그 왕중왕전은 주말리그를 거쳐 권역별로 오른 팀들 간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을 가리는 대회로, 대구에선 권역별에서 상위 입상한 4개 팀이 대표로 출전했고, 앞서 경기를 한 세 팀은 0대2, 1대2, 0대2로 각각 졌다. 이에 마지막 경기에 나선 A팀은 비기기만 하면 성적이 가장 좋아(골득실) 대구 대표로 내년 소년체전에 출전할 수 있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승부조작 최종 결정은 협회의 징계위원회를 열어봐야 알겠지만 경기 종료 직전 서울 지역 팀이 동점골을 허용한 정황, 승부차기에서 대구 팀이 엉뚱한 곳으로 공을 찬 상황 등 초등학생들이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표시가 너무 많이 나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당시 경기를 지켜본 감독관 등 협회 직원들도 경기 직후 곧바로 양팀 감독을 불러 추궁했을 정도였고, 증거 자료를 모아 협회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는 소년체전, 학교 간 대표 과열 경쟁이 불러온 문제로,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이 정신적 충격은 물론 선수 생활 등 여러 측면에서 피해를 보게 될까 봐 두렵다"고 안타까워했다.

협회는 사회적 파장을 고려, 이른 시일 내에 징계위원회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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