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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액계약제 도입해 건보 재정 악화 막아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년에 1조 원 안팎의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건보공단이 매년 이맘때쯤 다음해의 경제 상황과 진료비 증가세 등을 고려해 건보 재정 수지를 산출하는 데 따른 결과이다. 건보 재정 위기는 내년을 고비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2015년 4조 7천억 원, 2018년 10조 7천억 원, 2020년에는 15조 9천억 원으로 적자 규모가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건보 재정이 이처럼 악화되는 것은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노인들의 진료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진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의 진료비를 살펴보면 2006년 8조 5천억 원에서 2009년 13조 6천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진료비 중 노인 진료비의 비중도 현재 30%에서 2015년에는 36%, 2020년에는 38%에 달하게 된다.

게다가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면서 정치권에서 75세 이상 노인 틀니 보험 적용, 출산 진료비 지원 확대 등 새로운 정책을 검토하고 있어 건보 재정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건보 재정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 내년 1월 약값 강제 인하 조치가 예정돼 있지만 최대 절감 효과가 7천억 원이어서 한계가 있다. 네덜란드, 대만 등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는 포괄수가제의 확대와 총액계약제의 도입 등이 필요하다.

포괄수가제는 각각의 의료 행위가 아닌 특정 질환 치료를 기준으로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로 일부 시행되고 있지만 더 확대되어야 한다. 총액계약제는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지만 건보공단이 대형 병원에 지급하는 연간 진료비를 일정액으로 제한함으로써 포괄수가제보다 효과가 더 큰 제도이다. 핵심이 될 만한 두 제도를 조화롭게 시행해야 건보 재정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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